모교 서울대에 기증 약속 2년만에 별세
“운 좋게도 부모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이 재산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평생을 살았습니다. 내가 죽으면 전 재산을 모두 내놓고 싶습니다.”
이 남성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78학번인 유회진 전 동아대 산업공학과 교수(사진)였다. 그는 한 달 전 구강암 판정을 받고 학교를 찾는 길이었다. 유 교수는 ‘자신이 죽으면 건물, 대지 등 110억 원에 이르는 모든 재산을 모교 발전을 위해 내놓겠다’는 유산 기증 협약서에 사인을 하고 학교를 떠났다.
1997년 동아대 교수에 임용된 유 교수는 임용 4년 만인 2001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반신 마비에 시달리면서도 강단에 섰지만 2004년 병이 악화돼 교단을 떠났다. 2009년에는 구강암 판정까지 받았다. 죽음과 싸우던 그는 사후 서울대에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정하고 서울대를 찾은 것이다.
그는 기부 협약 2년 만인 10일 52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죽기 직전 병원 치료 횟수를 줄이고 수술을 미루는 등 병원비까지 아껴 기부금에 한 푼이라도 더 보태려고 애썼다.
미혼에다 형제도 없어 유가족이 없는 유 교수를 위해 서울대는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7호. 발인은 12일 오전 8시 30분. 031-787-1500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