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논설실장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안철수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청춘콘서트 현장에 직접 가봤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효과가 컸지만 대담강연의 콘텐츠와 수준에는 실망했다”며 “현장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효과가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에 연세대 김호기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실업과 사회적 소외감 등으로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다가가 소통하고 공감을 나누었다”고 청춘콘서트의 성공 이유를 분석했다.
짝퉁으론 청년 마음 못 붙잡아
나꼼수는 사실을 과장하거나 비틀고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고 심지어 왜곡까지 한다. 나꼼수가 정치를 풍자하는 코미디라면 사실의 정확성을 따지는 것은 우습다. 젊은 세대는 콘텐츠의 질(質)보다는 소통 방식이나 소통 매체의 새로움에 쉽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 e메일 메신저 SNS 블로그 덕분에 스스로 지식이 높다고 생각하는지, 누군가가 어떤 가치를 주입하거나 교화하려는 데 대해 반발심리가 강하다.
정치 풍자는 권력을 잡은 쪽을 놀리는 것이 신랄하고 정의롭고 재미있어 보인다. 나꼼수의 원조인 딴지일보도 노무현 정부 시절엔 별로 인기를 못 끌어 휴업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파 논객들이 만든 ‘명품 수다’는 애초에 성공하기 어려운 조건을 안고 출범한 셈이다. 매스컴 전공의 한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건강한 토론문화가 자리 잡지 못해 소주 마시고 떠드는 수준의 말초적인 토크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스스로 ‘고시 낙방생’이라고 털어놓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척박한 출판시장에서 130만 부가 팔리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나이든 세대의 눈으로 보면 대단한 책 같지 않은데 젊은이들이 공감하는 내용이 많은 모양이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필자는 ‘요즘 친구들은 뉴스와 정보는 인터넷이나 TV를 통해 얻으면 되지 굳이 신문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이 책의 한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인터넷 검색은 자기 주도적이어서 젊은 세대는 인터넷에서 기사를 찾아 자기 신문을 만들어 읽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이 같은 신문 독법(讀法)에 ‘데일리 미(Daily Me)’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난도 교수는 ‘대조적인 논조를 싣는 신문 두 종류 정도를 함께 읽으라’고 조언하지만 ‘데일리 미’를 편식(偏食)하고 나꼼수의 편향성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겐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젊음에 다가가는 법부터 배워야
미국에서는 폭스뉴스 같은 방송이나 러시 림보 같은 우파 성향 논객의 라디오 토크쇼가 자극적인 표현으로 담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좌우가 역전됐다. 한국의 우파는 보수의 가치를 즐거운 놀이와 축제로 만들어 젊은층에 확산시키는 선전전에서 밀리고 있다. 우파 쪽에는 나꼼수나 청춘콘서트 그리고 ‘무릎팍도사’ 같은 독창적이고 재미가 넘치는 소통의 광장이 없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논리를 원용하면 문화전쟁에서 주도권을 좌파에 내준 셈이다.
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