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이미지 부각… 1998년 분양가 자율화 후 붐
《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이름을 유명 브랜드로 바꾸기 위해 소송까지 벌였다는 언론보도를 봤습니다. 아파트 이름이 그렇게 중요해진 이유가 뭔가요. 어떤 경우에는 혼란스럽기까지 한 아파트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가요. 》
래미안 퍼스티지
그런데 1999년 삼성중공업이 쉐르빌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아파트 분양에 나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이후 건설업체들은 앞다퉈 브랜드를 개발해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아파트를 포함한 건설업 관련 특허등록건수는 2000년 초 연간 1400건에서 2002년 1600건, 2003∼2005년에는 매년 2000건을 웃돌았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아파트 브랜드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2007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이내 건설사 중 주택을 짓는 91개 건설사가 브랜드를 1개 이상씩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입니다.
롯데캐슬 클래식
e편한세상
현재 이런 펫 네임 붙이기가 전국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부산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에는 ‘다대 롯데캐슬 블루’ ‘더샵 센텀포레’ ‘쌍용 예가 디오션’ 등 지역적 특성을 살린 펫 네임을 붙인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주거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주상복합아파트 등에 따로 브랜드를 적용하기보다는 메인 브랜드에다 각각의 상품의 기능적 특성을 반영해 펫 네임으로 붙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펫 네임도 유행이 있습니다. 한동안은 고급스러운 면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둔 펫 네임이 인기였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나온 것들이 하이어스, 휴레스트, 트리베라와 같은 것들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단어들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서수원 레이크 푸르지오’, ‘아이파크 포레스트 게이트’ 등 지역 특성이나 단지 조경의 특징을 살리는 펫 네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가 남발됨으로써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보입니다.
일부 업체는 펫 네임 달기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합니다. e편한세상 브랜드로 유명한 대림산업이 대표적인 곳입니다. 펫 네임을 붙인 아파트와 그러지 않은 아파트의 품질에 차이가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내부적으로 별도의 펫 네임 만들기를 막고 있다고 합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