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공원에 차려진 주점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공원에서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대전대리운전 노조, 전국철거민연합회 등 9개 단체가 공원 내에 주점을 열고 술과 족발 순대튀김 등 음식을 팔고 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12일 오후 9시 5분 경찰이 여의도공원에서 측정한 평균 소음은 67.9dB. 더샵아일랜드아파트 단지를 등지고 설치된 무대 주위에는 대형 스피커와 저음용 스피커인 우퍼 기기 8개가 설치돼 있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공연과 폭죽놀이에 경찰과 인근 아파트관리소에는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다”는 주민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공원 인근 광장아파트 11층에 산다는 한 40대 여성은 “지금 이게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의 소음이냐”며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음원이 야간 주거 지역(순간소음 기준 60dB)이 아닌 공원 내에 있다 보니 경찰도 순간소음이 70dB을 넘어야만 규제를 할 수 있다. 경찰은 “주최 측에 ‘주민을 위해 앰프 소리를 줄여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원 내에서 밤샘 영업을 한 수십 개의 주점도 주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대전대리운전 노조, 전국철거민연합회 등 9개 단체는 공원 내에 주점을 열고 술과 족발 순대 튀김 등 음식을 판매했다. 한쪽에서는 아예 숯불을 피워 바비큐 요리를 하기도 했다. 13일 오전 2시 반경에는 주점에서 술을 마신 집회 참가자 최모 씨가 집으로 귀가하던 중 택시운전사와 시비가 붙은 취객을 말리다 오히려 출동한 경찰을 손으로 밀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평소 매일 밤 공원을 산책한다는 인근 주민 김모 씨(29·여)는 “공원 입구에서부터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진동해 깜짝 놀랐다”며 산책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공원에서 만난 시민 한모 씨(41)는 “시위하는 것 자체는 이해하지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너무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시위를 해도 좋다고 했지 공원을 점령해도 좋다고 한 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한편 1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등이 참가한 ‘2011 전국 노동자대회’와 ‘한미 FTA 저지 범국민 문화제’는 경찰과 별 충돌 없이 끝났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