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대중소설 ‘딱지본’ 등국보급 고문헌 300여 점 전시
국립중앙도서관이 16일부터 전시할 예정인 ‘딱지본’ 소설 원본 중 1908년 발행된 이해조의 ‘빈상설’. 처첩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이해조, 이인직, 신채호, 박은식 등 1900년대 지식인에게 대중소설의 지향점은 ‘애국’과 ‘계몽’이었다. 그러나 1910년대 들어서면서 소설의 계몽성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대중성과 오락성을 지향하는 소설들이 출현한다. 이 당시 소설 읽기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딱지본 소설’이다. 국수 한 그릇 값인 6전에 팔렸다고 해서 ‘육전소설’, 표지를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게 채색했기 때문에 ‘딱지본’이란 별칭으로 불렸다. 연애지상주의와 정사(情死)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강명화전’, 만주로 신혼여행을 가는 장면이 담겨 있던 ‘추월색’ 등 딱지본 소설은 1900∼1930년대의 사회를 살았던 조선인들의 다채로운 욕망의 탈출구였다.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해 디지털화를 마치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딱지본’의 원본을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연다. 16일부터 12월 28일까지 열리는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66주년 특별전 ‘열두 서고, 열리다’. 국보급 고문헌을 비롯해 족보와 고지도, 잡지 창간호, 소설 등 희귀본 300여 점을 전시한다.
이방인이 본 우리 모습도 눈길을 끈다. 영국의 판화가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가 그림을 그리고 동생 엘스펫이 글을 쓴 ‘올드 코리아’에는 일본 순사에게 고문당한 조선 여인의 모습이 나온다. 1919년 3·1운동 직후 방한한 이들 자매는 “한국 죄수들은 당당하게 걸어가고 호송하는 일본인은 초라해 보였다”고 썼다.
6·25전쟁 초기 미군이 북한을 일시 점령했을 때 노획한 ‘북한문서’ 코너에는 북한 노동당 회의록부터 도당 비밀 세포조직 도표, 인민군 병사의 일기장과 편지에 이르기까지 1945∼1950년 북한의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사회 문화를 보여주는 1차 사료가 전시된다. 1950년 10월 평양에서 인민군 여자 병사가 고향 황해도 안악에 있는 어머니에게 쓴 편지는 애잔한 감정을 자아낸다. “어머님, 금번 내가 군대에 입대할 때 남겨둔 도랑크에 채워진 쇠를 뜯으면 우엣치(윗도리) 흰 내복이 있겠으니, 그것을 원근에게 입히시요….”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