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민심 대변 정당’ 도토리 키재기… 박근혜 영향력은 여전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4∼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충청권의 민심이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권의 민심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정당’을 묻는 질문에 민주당 21.4%, 자유선진당 19.4%, 한나라당 15.6%라는 답변이 나왔다. ‘한나라당에는 실망했고 그렇다고 민주당이 좋은 것도 아니고, 자유선진당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충청 민심의 실체라는 것이다.
대전·충남지역은 16개 의석 중 자유선진당이 13석, 민주당 2석, 한나라당 1석을 갖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불안하긴 해도 총선 민심은 다시 한 번 선진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당장의 총선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지난달 충남 서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그러다보니 충청권 역시 새로운 대안에 목말라 있는 상황이다. 2009년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을 무산시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편이지만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한 호감도도 높은 편이다.
본보 조사에서도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급부상한 이후 두 사람의 지지율은 박빙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대선 후보 양자대결 구도에서 충청권은 박 전 대표(44.2%)와 안 교수(41.1%)가 오차범위에서 접전 중이다.
총선에서는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보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높았다. 본보 조사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대전·충남에서 35.8%로 자유선진당 민주당 등 야권 후보 지지율 19.5%의 2배 가까이 됐다.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은 25.1%였다. 대학생 이장석 씨(25·목원대 언론홍보학과)는 “기성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불신이 젊은층 사이에서 극도로 팽배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인물은 믿지 못하니까 새 인물, 새 정당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경덕 씨(48·대전 서구 둔산동)는 “지역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종시가 사실상 반쪽으로 건설되고 있는 데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유선진당이나 한나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지 않았느냐”며 “제3의 대안 정당과 새 인물로 관심이 옮겨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세종시를 구한 박 전 대표 바람에 희망을 걸고 있다. 특히 총선 전에 충청 민심이 박 전 대표냐 안 교수냐를 정해 총선에서도 표를 줄 가능성이 있는데 아직은 안 교수 바람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박 전 대표의 지지세는 비교적 견고해 총선 때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발해 충남지사직을 내놓은 이완구 전 지사도 내년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 전 지사는 전화통화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지사직을 사퇴한 뒤 다시 총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것은 단순한 개인 차원이 아니라 충청권의 큰 역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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