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교차 클 때 영·유아 로타바이러스 감염 급증
신 씨는 “장염은 무더운 여름철에나 걸리는 줄 알았는데 11월에 장염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신 씨는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될 위험이 높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어 갑작스럽게 휴가를 내는 바람에 회사 업무에 지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 쌀쌀해지면 유행하는 로타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는 보통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이맘때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전국적으로 유행한다. 로타바이러스는 주로 대변 등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이 입 안으로 들어가면서 전염된다. 특히 어린이집, 산후조리원, 백화점 등 사람들이 밀집된 공공장소에서 쉽게 전염된다. 바이러스의 생명력도 강하다. 장난감, 휴대전화, 책상 등 딱딱한 표면 위에서도 몇 주간 살아남아 무엇이든 물고 빨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쉽게 감염된다.
로타바이러스 감염 초기엔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방심한 채로 감기약을 먹이다가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되고 1, 2일이 지나면서 하루에 10회 이상 설사하거나 구토 증세를 보인다. 이때부터 아이의 기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심한 탈수 증상에 빠질 수도 있다.
○ 장염에 걸리면 전해질 용액 처방
아이의 설사가 심하면 탈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는 주스처럼 당분이 많은 음식은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한다. 그 대신 병원에서 처방 받은 전해질 용액을 먹이도록 한다.
의사가 아이를 굶기라고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이를 무조건 굶겨서는 안 된다. 장염에 걸렸다고 음식량을 줄이거나 미음만 먹이면 영양 불균형으로 회복이 더딜 수 있다. 따라서 설사 급성기만 지나면 평소대로 먹이도록 한다. 따뜻한 물이나 차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먹이는 것도 좋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고기를 먹이는 것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다만 기름진 음식이나 당도가 높은 음식은 피한다.
최근엔 이러한 바이러스 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먹는 백신이 국내에 출시됐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수 교수는 “로타바이러스에 걸리면 특별한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병의 예방을 위해 백신을 투여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별 및 시기별로 여러 형태의 로타바이러스가 유행하므로 이들 로타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다가백신을 생후 약 2, 4, 6개월에 총 세 번 투약하는 게 보통이다”고 말했다. 다가백신은 아니지만 두 번만 투여하는 백신도 나와 있다.
○ 생활습관 개선이 최고의 예방책
로타바이러스는 아이들이 물고 빠는 장난감에도 오래 살므로 아이의 용품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꼼꼼히 세척한다. 어른과 아이 모두 뜨거운 물에 20초 이상 비누로 손을 씻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로타바이러스는 비누 및 소독제에도 내성이 있어 100% 예방은 불가능하다. 위생이 발달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발병률이 비슷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손 씻기를 자주 할 경우 전염을 억제해 전체적으로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로타바이러스는 혼잡한 장소일수록 더욱 감염성이 높다. 가족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경우 24개월 미만의 영아들은 되도록 문병에 동행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설사가 묻은 아이의 옷은 분리해서 세탁한다. 철저한 세탁을 위해 살균 소독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