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밤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2011 서울 등 축제’에 많은 인파가 몰려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까지 177만여명이 등 축제를 찾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시민들은 우선 “각박한 도심에 켜진 각양각색 3만 개의 등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부인과 함께 온 조관행 씨(53)는 “매년 와보는데 갈수록 등의 세련미가 더해지니 사진도 더 예쁘게 나온다”며 웃었다. 중학교 영어교사로 일하는 미국인 아릭 하크빌 씨(25)는 목발을 짚고도 축제에 왔다. 그는 “해치가 수호신 역할을 한다는 것처럼 등불마다 이야기가 곁들여진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리다 보니 안전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축제 현장은 사람들끼리 부딪히지 않고는 걷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 어린이와 노인, 여성이 넘어지는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 12일 축제장에 나온 멕시코 관광객 지저스 오르테가 씨(40)는 “등불은 환상적이지만 입구에서 양보하지 않고 서로 밀치는 관람객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웠고 너무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보여주려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모도 불안하다. 유광수 씨(34)는 “길이 좁고 사람이 너무 많아 불편함은 둘째치고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축제 이틀째인 5일 한 홍콩 관광객이 축제 현장에서 사진을 찍다 다른 관람객에게 밀려 물에 빠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등 축제를 주관하는 서울시 관광사업팀은 매일 축제 현장에 위탁업체 및 시설관리공단 직원, 경찰 등 400여 명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입구를 1곳에서 3곳으로 늘리고 입·출구 구분이 없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둘을 구분해 한 방향 통행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 구간도 지난해 0.9km에서 올해는 400m 늘려 혼잡을 줄였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사고 위험과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워낙 많은 사람이 몰리는 행사라 사고를 막으려면 성숙한 시민의식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