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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日은 왜 TPP참여 결심했나

입력 | 2011-11-15 03:00:00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최근 일본의 정치권과 경제계는 온통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찬반 논쟁에 휩싸여 있다. 그것도 TPP 가입이 아닌 가입을 위한 협상 참여를 둘러싼 논쟁이다. 10년 후의 일본을 생각하면 TPP 가입은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지만 농업단체를 중심으로 반대론이 거세 정부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외교 교섭에 참여할지 여부는 행정부의 권한이다. 입법부가 이견이 있다면 협정 비준 단계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시비를 가리면 된다. 국회는 비준 거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 나오토 전 총리는 집권여당 내의 강한 반대 때문에 교섭 참가 결단을 질질 끌어왔다. 야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당초 당내에 찬성파가 다수 있어 TPP 협상 참여에 명확한 의사를 나타내지 않다가 정부가 교섭 참가 의사를 밝히자 뒤늦게 비난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이 같은 반대 의견을 배려해 “TPP 교섭 참가를 위해 관계국과 협의에 들어간다”고 협상 참여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을 뿐이다.

TPP에 가입하면 일본의 농업이나 축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소비자가 누릴 이익은 생산자의 손실을 웃돌 것임에 틀림없다. TPP에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일본의 수출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되면 일본 경제는 머지않아 농업을 지킬 수 있는 여력마저 잃게 된다. 일본의 장래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시장의 문을 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정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TPP 참여에는 단지 무역자유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그 첫 번째가 미국의 일본에 대한 불신 해소, 다시 말해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 당시 손상된 미일 관계의 회복이다. 하토야마 정권은 중국 등 아시아에 무게 중심을 둔 대미 자주외교,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미국의 ‘신뢰 상실’을 초래했고, 간 정권 때도 이는 회복되지 못했다. 야당인 자민당의 보수적 성향에 가까운 노다 총리는 이 같은 손상된 미일관계를 원상회복하려 하고 있다.

두 번째로 TPP 교섭 참가를 관두고 한중일 FTA 교섭을 개시하는 것은 일본이 의도하지 않은 커다란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태평양 국가로서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는 정치체제가 다른 중국과 경제적으로 일체화하는 길이다. 아무리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의 형태를 띤다고 해도 그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로 TPP 교섭에 참가하면 일본은 태평양 국가와 아시아 국가를 잇는 가교라는 세계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실제로 일본이 TPP 교섭에 참가 방침을 밝히자 중국은 그동안 소극적이던 아세안+6(한중일+호주 뉴질랜드 인도) 협의에 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태평양과 아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은 결코 미국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TPP에 참가함으로써 TPP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지향하는 아태자유무역지역(FTAAP)으로 확장된다. 바꿔 말하면 TPP는 현재 교섭 참가국인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도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래 일본의 파트너는 한국 이외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한국 역시 태평양 국가이자 아시아 국가이다. 또 일본처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태평양과 아시아의 가교’라는 세계사적 역할에 비춰 보면 한일 양국의 분쟁은 그야말로 ‘찻잔 속의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