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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1조달러 시대 성장 코리아의 신화]서비스 무역을 일구다

입력 | 2011-11-15 03:00:00

“길이 막히면 새 길을 뚫는다” 신흥시장에 금융-물류로드 개척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최고 수준이지만 서비스 상품의 경쟁력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서비스 수출은 이제 막 활성화되는 단계라 무형의 상품을 들고 해외로 나간 기업은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과 물류 수출의 선봉에 선 기업을 주목하면 서비스 수출의 답이 보인다.

○ 대한생명과 미래에셋

보험 수요층인 30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60%인 베트남은 보험가입률도 5%(한국은 96%)에 그친다. 대한생명은 베트남의 보험산업이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것에 주목해 2009년 4월 현지에 진출했지만 난감했다. PCA, AIA 같은 글로벌 보험사가 이미 시장을 잠식한 상태였다. ‘철새 설계사’가 많고 자동이체 시스템이 열악해 중도해지 및 보험료 체납이 흔한 것도 골칫거리였다.

대한생명은 현지화와 내실화로 이를 극복했다. 법인장을 포함해 관리자 3명만 한국에서 파견하고, 직원 140명과 설계사 5000여 명은 모두 현지인을 채용했다. 현지 금융환경에 밝고 유대감이 높은 이들을 대거 채용한 덕에 이직률을 확 낮출 수 있었다.

경쟁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급급해 부실계약을 방치하는 것도 철저히 경계했다. 대한생명은 월납(月納) 대신 연납(年納) 계약에 치중했고, 연납 고객 비중을 90%로 높여 중도해지를 막았다. 계약 진행 과정을 고객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리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런 노력으로 대한생명은 진출 2년여 만에 영업점을 3곳에서 12곳으로, 설계사를 450명에서 5000명으로 늘렸다. 신규계약 시장 점유율도 2.5%로 끌어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브라질 증권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앞선 정보기술(IT)을 앞세워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과 12월 아시아 증권사로는 최초로 현지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의 회원자격을 취득해 현재 4100여 개 고객계좌를 확보했다. 브라질은 증권사 허가가 까다로워 외국계 증권사는 대부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영업을 하고 있으며, 증권사 100여 곳 중 소매영업을 하는 곳은 절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상파울루 증권거래소 보베스파에선 “미래에셋처럼 독하게 영업하는 회사는 처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미래에셋 돌풍의 힘은 타 증권사와 차별화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다. 기본적인 가격 정보 외에는 대부분의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 현지 증권사와 달리 각종 투자정보와 다양한 그래프를 무료로 실시간 제공한다.

○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해운업은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과 어깨를 견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서비스 수출 산업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해운사가 벌어들인 외화는 302억7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품목 중 반도체, 선박, 유·무선전화기, 석유제품, 자동차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1972년 국내 해운업의 총 매출액이 국내수입을 포함해 겨우 1억 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0년 만에 3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우리나라 해운업체는 서비스의 규모 및 품질 모두 세계적 해운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화물적재총량이 1000여만 t에 이르는 200여 척의 선대를 보유한 세계 9위(컨테이너선 기준) 선사다. 세계 60여 개 정기·부정기 항로를 운항하는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9조4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 2위의 해운업체인 현대상선도 170여 척의 각종 첨단선박과 세계 110여 개국에 물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으며 광물·목재 운반 등에 쓰이는 벌크선 영업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근 영국의 해운 전문 컨설팅업체 드루리가 발표한 컨테이너선사 정시율(입항예정일 당일 또는 전날 도착하는 비율) 조사에서 73.5%를 기록해 세계 20대 선사 중 3위를 차지하며 높은 서비스 정확성을 인정받았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국내 해운업체들은 신흥시장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과 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남미지역은 우리나라 해운업체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2008년 이후 남미 동·서안 노선을 운영해온 현대상선은 올해 초 컨테이너사업부문에 남북항로관리팀을 신설하고 브라질에 지사를 개설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는 당분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적극적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도 지난해부터 중국∼싱가포르∼남아공∼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를 잇는 ‘ALX’ 노선과 중국∼멕시코∼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칠레를 잇는 ‘ALW’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우리나라와의 무역이 늘고 있는 칠레, 페루를 비롯해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인 브라질을 겨냥한 것이다.

호찌민=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상파울루=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이런 현실]2000년 12위→2009년 19위… ▼
서비스 수출 갈수록 뒷걸음

서비스 무역은 그동안 제조업 위주의 발전 전략에 가려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렇다 할 육성책도 없었다. 그 결과 서비스 수출 순위는 2000년 세계 12위에서 2009년에 19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12위에서 9위로 상승한 제조업 수출과는 대조적이다.

2001년부터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누적 서비스수지 적자는 800억 달러에 이른다. 같은 기간 상품수지 흑자는 1863억 달러. 애써 상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흑자분의 43%가 서비스 적자로 빠져나간 셈이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법률, 회계, 컨설팅 같은 사업서비스, 여행, 지적재산권 사용료 등 3대 부문의 적자에 집중돼 있다. 서비스수지를 개선하려면 특히 이들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의 서비스 산업이 고용이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졌다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5%로, 관련 통계가 나와 있는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3위에 그친다. 이경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우리나라의 GDP 중 서비스 산업 비중이 선진국 수준이었다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4%포인트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실]서비스산업 육성 ‘컨트롤타워’ 구축… ▼
상품수출과 시너지효과 극대화해야

최영준 경희대 교수

최영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정보기술(IT) 산업과 물류 산업을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비스 산업에 일찍 눈을 뜬 미국이나 유럽 국가를 따라 잡으려면 하루빨리 서비스업 집중 육성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붙였다.

최 교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따로 성장하거나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너지를 내며 성장하는 것”이라며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예컨대 우리가 공장 플랜트를 수출할 때 오랜 시간 쌓아온 플랜트 운영 노하우와 관리 인력을 동반 수출하는 형식으로 상품과 서비스 수출을 병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비스 산업을 키운다는 것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의미를 넘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강화한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관광 상품이나 의료기술은 ‘최종재’를 직접 수출해 국부를 창출하는 반면 경영컨설팅이나 물류는 ‘중간재’로도 활용할 수 있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가 고속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서비스 상품화해 수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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