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로 본 레바논전
유럽 진출후 줄곧 벤치신세…경기감각 무뎌져
대형 스트라이커 부재…향후 조광래호 큰 숙제
올해 초 ‘지구 특공대’가 한국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지동원(선덜랜드)과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은 1월 아시안 컵에서 환상적인 몸놀림을 선보이며 ‘양박쌍용’의 뒤를 이를 차세대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10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2011년 대표팀의 마지막 A매치였던 15일(한국시간) 레바논과 월드컵 3차 예선 5차전에서 지구 특공대의 위용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조광래 감독은 최근 부진에도 구자철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11일 UAE와 경기를 마친 뒤 “아시안 컵 때 활약이 너무 좋아 팬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할 뿐 크게 나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예상대로 구자철은 레바논전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구자철은 최근 A매치 가운데 이날 가장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찔러 주는 패스가 비교적 정확했고 불필요한 드리블이나 패스 미스도 많이 줄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원정 관중의 야유 속에서도 페널티킥을 정확하게 성공시키는 대범함도 선보였다. 반대로 무리한 동작으로 PK를 내준 건 옥에 티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예전에 비해 나아졌을 뿐 파괴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구자철이 점점 살아나고 있는 것과 달리 지동원의 부진은 여전했다.
구자철과 지동원은 소위 빅 리그라 불리는 유럽으로 진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들이 소속 팀에서 계속 벤치를 지킨다면 한국축구에도 큰 마이너스다.
● 공격수 부재
현 대표팀에는 대형 스트라이커가 없다. 레바논전에서 이런 약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한국은 간판 공격수 박주영(아스널)이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는 상황에서 후반 들어 지동원과 남태희(발랑시엔), 윤빛가람(경남)을 연달아 투입됐다. 조 감독은 동점골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투입할 만한 공격 자원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공격력 좋은 미드필더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지동원까지 넣어야 했다.
물론 이는 대표팀만의 책임이 아니다. K리그에서도 토종 대형 공격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레바논전은 한국축구에 또 다른 숙제를 던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