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의 중심인물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정치인’으로 분류되지도 않던 안 원장이 앞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1700억 원 상당(15일 현재)의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기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꿈을 향한 그의 발걸음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 원장은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실천하는 것일 뿐 다른 목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나눔’이라는 사회적 기여를 통해 정치권 진입의 길을 닦으려 한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그의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는 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메시지에서 ‘나눔’과 ‘사회적 공헌’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의 기부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감한 시기의 기부 발표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치권은 2040세대의 여론이 안 씨에게 쏠리는 이유를 먼저 깨달을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안 원장의 기부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인들이 사회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키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안 씨는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을 표출하는 상징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역할 모델인 지도층 인사들이 번지르르한 말잔치가 아니라 헌신과 희생을 몸소 보여줄 때 젊은 세대가 공감한다.
안 씨를 자주 접하는 인사들은 그가 내년 대선에 나설 의지가 강하다고 전한다. 하지만 범야권 진영의 러브 콜에 안 씨는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다. 정국 추이를 더 관망하려는 듯하다. 안 씨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의 자유이지만 정치인은 책임을 지고 역량과 자질을 검증받아야 하는 공인(公人)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은 인기투표로 뽑는 자리가 아니다. 나라의 미래를 맡겨도 될 만하다는 국민의 평가와 믿음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 자격이 기부와 선행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안 원장도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