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비판 책 일색 1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한 시민이 신간을 살펴보고 있다. 이 코너에는 ‘닥치고 정치’(김어준), ‘나는 꼼수다 뒷담화’(김용민), ‘조국 현상을 말한다’(김용민), ‘운명’(문재인) 등 보수를 비판하는 내용의 책이 대부분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천안함 사건에 있어 정말 중요한 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게 아니라 지방선거를 위해 어떻게든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몰아갔던 이명박의 수작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거라고.”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씨의 책 ‘닥치고 정치’의 일부분이다. 교보문고 11월 첫째 주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1위를 차지한 이 책을 비롯해 상위 20위 중 16개가 반(反)보수우파 성향의 책이다. 보수우파 성향의 책은 15위를 차지한 ‘자유의 적들’이 유일하다.
○ 상위 80%가 反우파 서적
출판시장이 기본적으로 진보좌파 성향이 강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처럼 보수우파 성향의 책들이 출판시장에서 몰락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팟캐스트에서 젊은층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오프라인 출판시장도 휩쓸고 있다. 김 씨의 책을 비롯해 정치사회 분야 2, 3위는 ‘나꼼수’의 PD인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가 쓴 ‘나는 꼼수다 뒷담화’와 ‘조국 현상을 말한다’이다.
서울대 조국 교수가 쓴 ‘진보집권플랜’(9위),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집필한 ‘박정희의 맨얼굴’(10위)은 진보좌파 성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운명’), 박원순 서울시장(‘박원순과 시민혁명’), 안철수 서울대 교수(‘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등 반한나라당 진영의 정치인 관련 서적도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지식인들의 책도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 반미, 반자본주의에 대한 책들이 인기다.
보수우파 성향의 사회과학 도서를 주로 펴내는 출판사 기파랑의 조양욱 편집주간은 “보수우파 성향 책의 경우 보통 초판을 1000부 정도 찍는데 책 10종을 내면 초판에서 인쇄를 마감하는 경우가 3분의 2를 넘는다”며 “가장 인기 있다는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대한민국 이야기’가 1만 부 정도 팔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 “대중적인 보수우파 지식인 필요”
한국의 주된 독자층은 30, 40대라는 게 출판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출판물이 3040의 취향에 따라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 그렇더라도 ‘시대상의 바로미터’인 출판물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고 여론 형성의 중요한 축인 출판시장을 진보좌파가 사실상 독식하는 것은 문제다.
‘자유의 적들’의 저자 전원책 변호사는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량이 1년에 10권 안팎인데 베스트셀러에 진보좌파 성향의 책이 대다수라는 것은 국민들이 그런 책만 접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가치판단의 기준이 편향된 독서로 한쪽으로 편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보수 지식인 사회가 쓰는 책 내용이 지나치게 엄숙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신대 윤평중 교수는 “‘나는 꼼수다 뒷담화’ 책을 읽어 보니 무책임한 이야기를 교묘하게 하고 있는데, 일단 굉장히 재밌다. 이런 책들은 블랙유머로 비틀어 표현하니까 독자들이 해방감 청량감을 느끼는 반면 보수 지식인들이 내는 책은 매력이 없고 시대에 뒤떨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 헤게모니 다툼에서 보수의 목소리가 밀리다 보니 보수적인 발언을 하면 폭언을 듣기도 하는 상황에서 보수 성향의 지식인들도 몸을 사리는 측면이 크다. 보수진영이 온실 속에서 나와 대중과 가까워지려고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