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에 방사될 멸종위기 1급 토종여우와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전자는 소백산 일대에 방사될 멸종위기 1급 토종여우에게 붙여질 이름 후보 중 하나다. 마치 자동차나 기계장치 이름 같은 후자는 현재 지리산에 방사된 또 다른 멸종위기 1급 반달가슴곰 이름이다. 같은 멸종위기 복원종인데 이름이 왜 이렇게 다를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5일부터 소백산 일대에 방사할 토종 여우 암수 한 쌍의 이름을 공모하기 시작했다. 16일 현재 태백이 소백이 우리 여리 여순이 등 160개의 이름이 신청됐다. 공단은 이 중 부르기 쉽고 한국적인 이름을 골라 다음 달 6일 발표할 계획이다. 공단에 따르면 백두대간 여우 복원사업에 따라 6월부터 경북 영주시 순흥면 태장리 소백산 일대에 야생적응장과 계류장이 조성돼 왔다. 북한이 서울대공원에 기증한 암수 여우 한 쌍이 이곳에서 적응 훈련을 거친 후 소백산으로 방사된다.
지리산 반달가슴곰도 친근한 이름이 있었다. 2004년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시작되면서 러시아 연해주에 사는 야생 반달곰 6마리가 국내로 반입됐다. 당시 이들에게도 토종여우처럼 한국이름을 공모했다. 공모 결과 ‘천왕이’ ‘제석이’ ‘달궁이’ 등 귀여운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곰에게 친근한 이름을 붙여 방사하자 부작용이 발생했다. 복원 목적인 야생 반달곰을 애완동물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지리산 탐방객들이 반달곰에게 먹이를 주는 경우가 늘었다. 새끼 반달곰들은 먹이를 구하는 방법을 훈련받고 방사됐지만 탐방객한테서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스스로 먹이를 찾는 능력이 퇴화됐다. 자연스럽게 자연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에 따라 공단은 2007년부터 반달곰의 애완동물화를 막으려고 이후 숫자로 된 이름을 붙이게 됐다. 공단 관계자는 “토종여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이름을 공모했던 것”이라며 “여우 개체가 많아지면 친근한 이름 대신 번호만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정답::
친근한 호칭 붙이자 등산객들이 먹이를 많이 줘 야생성 상실.
애완동물화 막기 위해 숫자로만 호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