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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출판 정치

입력 | 2011-11-16 19:36:00


내년 선거철을 앞두고 정치서적 출간 붐이 일고 있다. 교보문고에는 ‘닥치고 정치’(김어준) ‘나는 꼼수다 뒷담화’(김용민) ‘조국 현상을 말하다’(김용민) ‘운명’(문재인) ‘진보집권 플랜’(조국 오연호) 등이 정치사회 베스트셀러 코너의 상위권을 차지했다. 모두 야권 진영의 책으로 등장인물이 비슷하다. ‘나는 꼼수다’로 뜬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에서 문재인을 치켜세우고 그 문재인은 ‘운명’을 썼다. 김용민 역시 ‘나꼼수’의 일원으로 뒷담화를 늘어놓고 조국 현상을 얘기한다. 조국 현상은 ‘진보집권 플랜’에서 시작됐다.

▷보수우파 진영에서 내놓은 책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보수, 비탈에 서다’, 나성린 의원과 최홍재 시대정신 이사의 ‘대한민국을 부탁해’는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진열대에서 찾을 수 없다. 전원책 변호사의 ‘자유의 적들’만이 간신히 눈에 띈다. 신(新)매체인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어 구(舊)매체인 출판까지 이른바 진보좌파가 주도권을 쥐었다. 인터뷰 형식을 빌리거나 구어체로 쉽게 쓰는 전략이 독자들에게 먹혀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프랑스도 선거철이 되면 출판계가 북적거린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회당 후보가 된 프랑수아 올랑드는 ‘생존자’와 ‘프랑스의 꿈’을 펴냈다. 2007년 대선에서 당내 라이벌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에게 진 도미니크 드빌팽 전 총리는 ‘우리들의 오래된 나라’라는 책으로 우파 독자를 유혹하며 독자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 공산당 등 군소정당의 대선 후보들도 책으로 출사표를 냈다.

▷한국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글로는 조용하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자서전 비슷한 책을 낸 적이 있지만 차기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궁금해하는 중요 이슈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감질나는 ‘단답(短答)’이 대부분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곧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듯한 행보를 이어가는데도 정작 본인의 정치비전을 알 수 있는 책이 하나도 없고 인터뷰도 안 한다. 두 사람이야말로 신비주의를 벗고 출판 정치에 좀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