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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블랙아웃 두 달… 겨울전력도 비상]내 집부터 절전

입력 | 2011-11-17 03:00:00

전기료 ‘폭탄’ 끄고 ‘새는 바가지’는 바꾸세요




에너지관리공단 이정석 대리가 주부 윤승연 씨가 즐겨 쓴다는 2인용 전기매트의 사용전력을 측정해 보고 있다. 결과는 순간전력 278.5W. TV 2대의 사용전력(300W)과 맞먹는 양이다. 이 대리는 “특히 전기온풍기는 전력소비가 2000W에 달해 잘못 쓰면 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171m²(약 52평) 아파트에 사는 주부 윤승연 씨(56). 윤 씨는 평소 전기를 절약하는 편이라고 자부한다. 집안의 조명은 최소한으로 켜고, 보지 않는 TV도 꼬박꼬박 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윤 씨가 내는 전기료는 만만치 않다. 4명이 사는 이 가구에서 9월에 낸 전기료는 24만9710원. 전기 사용량은 663kWh나 됐다. 이는 우리나라 4인 가족의 한 달 평균 전기 사용량인 310kWh의 2배(전기료는 6배)가 넘는 양이다. 윤 씨의 집은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에너지관리공단 생활실천홍보실의 이정석 대리와 함께 윤 씨의 집 구석구석을 진단해 봤다.

○ 플러그만 뽑아도 매달 5만 원 절약


이 대리는 먼저 거실의 콘센트부터 살펴봤다. 윤 씨 집은 대부분의 가전기기 플러그가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콘센트에 꽂혀 있었다. “콘센트에서 새나가는 대기전력만 해도 상당할 것”이란 이 대리의 말에 윤 씨는 “꺼져 있는 TV 콘센트에서 얼마나 빠져나갈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실상은 어떨까.

결과는 놀라웠다. TV와 DVD 플레이어, 인터넷TV 셋톱박스, 홈시어터 등 꺼져 있는 가전제품 4개의 플러그가 꽂힌 콘센트를 대기전력 측정기로 측정하자 매순간 18W의 전기가 새나가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 하루에 20시간을 그렇게 둔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빠져나가는 전기량만 10.8kWh. 구멍 4개짜리 콘센트 하나에서 매달 1200원이 아무 이유 없이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었다.

컴퓨터와 비데도 마찬가지였다. 데스크톱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 프린터의 플러그가 꽂힌 콘센트에서는 8W의 대기전력이, 비데가 꽂힌 화장실 플러그에서는 매순간 50W의 대기전력이 흘러나가고 있었다. 이 대리는 “특히 비데는 변좌와 비데 물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온열·온수 기능이 있기 때문에 코드를 꽂아 놓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대기전력이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코드만 꽂아둔 비데에서 매일 이렇게 많은 전기가 나가는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윤 씨의 집에는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안마기 등 하루에 채 1시간도 쓰지 않는 가전제품 플러그가 잔뜩 꽂힌 콘센트가 10개 이상 있었다. 이 대리는 “집안의 콘센트만 모두 절전형 콘센트로 바꿔도 한 달에 5만 원가량의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절전형 콘센트는 콘센트 각 구멍의 전류를 온오프 스위치로 차단할 수 있는 제품으로, 대형마트에서 1만∼2만 원에 살 수 있다.

○ 겨울철 전기료 폭탄 주범, 난방기 주의

겨울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날 점검에서는 각종 전기형 난방기도 집중 점검 대상이었다. 윤 씨는 안방에 2인용 전기매트를 두고 있었는데, 매일 밤 8시간 정도 사용한다고 했다. 이 제품의 전력소비량은 얼마나 될까.

검사 결과 이 전기매트의 전력소비량은 278.5W였다. TV 두 대(300W)를 밤새 켜놓은 것과 비슷한 전력소모다. 이 대리는 “매트보다 더 큰 문제는 전기히터와 전기온풍기”라며 “선풍기처럼 생긴 전기온풍기는 사용전력(순간전력)이 2000W나 된다”고 말했다. 스탠드형 에어컨의 소비전력이 1200W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 대리는 “‘한 달 전기료 8000원’ 같은 광고를 믿고 전기히터나 온풍기를 샀다가 100만 원 넘는 전기료 폭탄을 맞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는 사용시간과 전기 누진세를 고려하지 않은 과장 광고이기 때문이다.

○ 올겨울엔 형광등 하나씩 빼세요

정부는 올겨울 역대 최악의 전력난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올겨울에는 유례없는 강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올해 9월 전국적 정전사태에서도 확인됐듯 전기 공급량은 늘지 않는 상태에서 수요량만 날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 가정이 조명 하나씩만 줄여도 전체 수급에 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가정용 전기사용량의 30%는 조명을 밝히는 데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정 조명 사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할로겐 등을 켜지 않는 것이다. 할로겐 등은 불빛이 은은해 장식용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전력소비량은 50W나 돼 3개만 켜 놓아도 TV 한 대(150W)가 돌아가는 것과 같은 전기가 든다.

각 방의 전구도 솎아주면 좋다. 윤 씨 집에서는 방마다 3∼6개의 형광등을 꽂아 불을 밝히고 있었다. 조도 분석기로 재보니 그 밝기가 1000럭스(lux)나 됐다. 이 대리는 “학교나 도서관의 불 밝기는 200∼700럭스 수준”이라며 “형광등을 한두 개 빼도 아이들 시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조언했다. 실제 36W짜리 형광등을 하나 빼자 조도는 안정권인 643럭스로 떨어졌다. 이런 식으로 각 방의 형광등을 하나씩 빼자 한 달에 8000원 이상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쓸데없이 새는 전기를 다 잡아내고 난 뒤 계산한 윤 씨 집의 전기사용량은 500kWh대로 떨어졌다. 전기료는 종전의 절반 수준인 12만 원대로 낮아졌다. 절약한 전기량은 약 150kWh였지만 전기 누진세의 적용을 덜 받기 때문에 전기료는 12만 원 이상 싸진 것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