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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프리즘/홍권희]전문대 간판이 당당한 영진전문대

입력 | 2011-11-17 03:00:00


홍권희 논설위원

전상표 대구 영진전문대 일본교류협력연구소장이 어제 아침 도쿄 출장길에 한 지하철역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일본 기업 연구원 출신인 전 소장은 “일본 부품소재 기업들이 공동생산이 가능한 한국 기업을 찾고 싶어 한다”면서 “주말에 귀국하면 양측을 연결하는 일에 매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맞춤형 교육’에 일자리 있다

전 소장은 지난달 대구시와 함께 60여 개 일본 기업을 학교로 불러 150여 개 국내 기업과의 상담을 주선했다. 그때 나온 일본 기업의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일본 전문 교수들과 함께 이번에 다시 만나러 간 것이다. 작년 말 그가 구상한 일본 기업의 한국 유치 작전은 무모해보였지만 올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려는 일본 기업이 부쩍 늘어나면서 성사를 앞두고 있다. 미리 준비하니 성과도 먼저 거둔다.

영진전문대는 기업 맞춤형 교육으로 유명하다. 1994년부터 기업의 요구에 맞는 인력 배출로 방향을 잡아 ‘낭비 없는 교육’을 지향했다. 2004년 하이닉스 협약반을 마친 학생 40명 전원을 하이닉스에 취업시킨 것을 시작으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두산인프라코어 등에 기업이 희망하는 인력을 공급해왔다. 맞춤형 주문식 교육 약정을 맺은 기업이 현재 285개에 이른다.

이 학교 교수의 80% 이상이 기업 실무 경험을 가졌지만 기업들은 추가로 전문 사내강사와 기자재를 제공해가며 실무를 가르친다. 이렇게 받은 기자재가 학생 1인당 3000만 원어치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청년백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자리 부족보다는 인력 미스매치(수급 불일치) 탓이 크다”면서 “현실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식 교육이 대학이 추구할 방향”이라고 말한다.

다른 전문대나 대학들이 맞춤형 교육으로 따라오자 영진전문대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삼성전자 STX조선해양 포스코의 중국법인을 포함해 57개사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맡았다. 지난 5년간 일본 200명을 비롯해 420명을 해외에 취업시켰다. 최근에는 중국 러시아 필리핀의 학생들을 받아들여 현지 한국기업이나 국내 외국기업에 보내고 있다.

다음 프로젝트는 외국기업 유치다. 전력 기술인력 물류비 등 여러 조건에 맞춰 한국을 선호하는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이 첫 고객이다. 방종욱 영진전문대 교수는 “일본 6개사가 교내 비즈니스센터에 사무소를 내기로 했고 5개사가 한국의 생산거점 확보에 나섰다”고 전했다. 생산시설이 필요한 기업에는 칠곡 제2캠퍼스 연구동의 공간을 제공하고 더 큰 공장을 원하면 대구 성서 5차 산업단지 입주를 주선할 계획이다. 방 교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산학융합의 꿈이 커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진전문대가 이들 기업에 맞춤형 인력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이다.

市道마다 ‘영진’ 모델 더 나왔으면

숱한 전문대들이 일반대 같은 이름으로 바꿨지만 영진전문대는 전문대를 고집한다.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진짜 전문대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영진전문대는 지난해 졸업생 취업률이 78.2%로 졸업생 2000명 이상 그룹 중 1위였다. 각종 평가에서도 앞서간다. 9월 입학설명회 때는 입학정원 2800명의 두 배 가까운 5000명이 몰렸다. 고교생과 학부모들이 영진전문대의 교육방침과 졸업생 취업을 위한 투자 의지를 알기 때문이다.

방학이면 영진전문대를 찾는 손님이 많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대학들이 맞춤형 교육을 배워간다. 국내 전문대와 4년제 대학들의 발길도 잦아 올해만 7곳이 다녀갔다. 취업률 1위의 비결을 빨리 배워 전국 시도마다 ‘제2의 영진전문대’가 들어서야 청년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 지역별 경쟁이 가능하도록 두어 개씩 생기면 더 좋겠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