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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나의 NIE]박정태 경기 김포월곶초등학교 교장

입력 | 2011-11-17 03:00:00

저학년엔 ‘꾸미기’… 고학년엔 ‘진로탐구학습’




내게 교사 중심의 수업, 설명 위주의 수업을 돌아보게 했던 첫 학생이 K였다. 1990년 3월, 우리 반에 들어온 K는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 학습에 강력하게 반항했다.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며 교실 바닥을 기어 다니고, 노래를 부르면서 수업을 방해하다가 “되게 재미없다. 그지?”라며 친구들의 동조를 구하곤 했다.

50여 명 되는 학급에서 학생의 개인차를 고려하면서 능력별로 수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강력한 반항자인 K를 무시하고 수업을 진행하기는 더욱 힘들었다. 새로운 교수법, 학습법을 궁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일부 사립학교가 개성화 또는 개별화 교육, 학생 중심의 수업을 강조하는 열린 교육을 조심스레 시작하면서 다양한 학습법을 찾고 있었다.

신문활용교육(NIE)이 그중 하나였다. 저학년은 신문의 사진, 만화, 숫자, 광고를 소재로 뭔가 꾸미고 만드는 식으로 수업을 했다. 고학년은 신문의 사진, 그래프, 주제와 관련 있는 기사로 정보를 찾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여 이야기하도록 했다.

K 덕분에 나는 남보다 조금 앞선 교사가 되어 공개수업을 하고 실천사례를 발표했다. 빠르게 변하는 영상매체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의 성격이 급해져서 인쇄매체를 차분히 읽지 못하고,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이런 걱정을 하면서 내가 지금 교장으로 일하는 학교에서도 올해부터 NIE를 시작했다.

1, 2학년은 신문과 친해지거나 놀게 한다. 3, 4학년은 환경을 주제로 탐구학습을 한다. 5, 6학년은 진로를 주제로 탐구학습을 한다.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해서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NIE선도학교 공모에 선정돼 학년별로 6시간씩 강사를 지원받았다.

11일에는 김포교육지원청의 지원으로 일본 성심학원의 교사인 기시오 유지 씨를 초청해서 공개수업을 했다. 5학년 학생들이 ‘신문을 열어보면’이라는 주제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이해하고, 신문에 나온 정보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NIE를 꾸준히 하면서 어떤 성과를 이뤘냐는 질문에 그는 “현실을 눈으로 보고 파악하고 분석하는 힘, 그리고 사고의 힘을 학생들이 길렀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NIE학회가 2004년 설립됐는데 교사, 시민, 학자, 신문사 간부 등 300여 명이 가입해 교재를 체계적으로 개발한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 모바일의 시대에 단순한 지식의 암기는 의미를 잃고 있다. 생각의 힘, 창의적 사고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NIE가 학교 현장에 깊이 뿌리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