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자전거 길 라이딩
팔당댐 아래 한강을 따라 나란히 달리는 자동차와 자전거. 남한강자전거길은 자전거 전용 2차로(폭 3m)에 보행자도로 1차로(폭 1.5m)로 이뤄졌다. 팔당대교에서부터 충주댐까지 128.8km의 거리.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 소리가 감미롭다. 팔당=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너무 오랫동안 타고 다녀서
핸들이며 몸체며 페달이 온통 녹슨 내 자전거
혼자 힘으로는 땅에 버티고 설 수가 없어
담벽에 기대어 서있구나
얼마나 많은 길을 바퀴에 감고 다녔느냐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많이 알수록
삶은 여위어 가는 것인가, 나는 생각한다
저전거야…
자전거야…
왼쪽과 오른쪽으로 세상을 나누며
명쾌하게 달리던 시절을 원망만 해서 쓰겠느냐
왼쪽과 오른쪽 균형을 잘 잡았기에
우리는 오늘,
여기까지,
이만큼이라도,
왔다.
-안도현의 ‘낡은 자전거’에서》
자전거는 초식동물이다. 얼룩말이나 사슴이다. 자전거 안장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풀을 뜯는 영양의 엉덩이다. 마름모꼴의 자전거 프레임은 암소의 갈비뼈다. 톱니바퀴로 이뤄진 자전거 크랭크는 코끼리의 기다란 이빨이다. 자전거는 우직하다. 불평이 없다. 그저 페달을 밟기만 하면 군말 없이 나아간다.
차로와 교차되는 곳에 설치된 자전거교통신호등.
팔당대교∼양근대교 자전거길은 중앙선 폐철로 위에 시멘트 등으로 메워 길을 냈다. 자전거전용로 2차로(폭 3m)에 보행자도로 1차로(폭 1.5m). 중간 중간에 녹슨 옛 선로를 남겨뒀다. 터널도 봉안, 용담, 부용1∼4, 도곡, 원복, 기곡 등 9개나 된다. 기곡터널이 570m로 가장 길다. 북한강철교(560m)와 터널 대부분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팔당∼양근대교 코스는 가장 아름답지만 빨리 달리긴 무리다. 주말이나 휴일엔 도보여행자와 라이더가 너무 많아 위험하다. 자전거는 빨라 봐야 시속 30km 정도다. 이 코스에선 시속 15km 이하로 달리는 게 적당하다. 그래야 숲 속의 새소리와 한강의 물소리 바람 소리가 들린다. 연보라 쑥부쟁이가 보이고 노란 감국의 진한 향기가 콧속을 간질인다.
추억의 사진갤러리로 바뀐 옛 능내역 대합실.
2005년 4월 1일 폐쇄됐던 옛 능내역(1956년 개장)은 갤러리로 다시 태어났다. 통학생, 동네 주민, 촌로 등 지난 세월 능내역을 배경으로 찍은 수많은 사람의 사진이 걸려 있다. ‘추억의 사진 전시장’인 셈이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금세 훈훈해진다.
도보여행자들은 어린아이들처럼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걷는다. 깔깔대거나 수다를 떨며 자전거길을 따라간다. 가끔 그 옆으로 자전거들이 휙휙 지나간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길섶 황갈색 참나무 잎들이 우수수 진저리를 친다.
자전거는 ‘땅 다리미’다. 부드럽게 둥근 ‘쇠 다리미’다. 울퉁불퉁 자갈길이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 바퀴살에 살며시 스며들면, 말랑말랑 흙길이 된다. 딱딱한 시멘트길도 “또로록 또도로록∼” 바퀴살에 한 번 감겼다 나오면, 고슬고슬 부드러운 길이 된다. 자전거 바퀴살은 바람을 감고, 햇살을 감고, 빗물을 버무려 꿈을 자아낸다. 두 동그라미가 굴러간다. 사람은 동그라미 두 개 위에 앉아서, 길을 돌돌 둥글게 말며 나아간다.
mars@donga.com
▼ 자전거 교통법규 ▼
○ 운행 중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5년 이하 금고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 횡단보도 건널 땐 반드시 내려서 끌고 가야 한다. 탄 채 횡단보도 건널 땐
자동차로 간주된다. 끌고 걸어가야 보행자로 인정된다.
○ 뺑소니자전거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 도로 주행 땐 반드시 우측 통행이며, 역주행, 인도 주행, 중앙선 침범 땐 제재를 받는다. 또한 자전거는 2대 이상 나란히 달리면 안 된다.
중앙선 전철 자전거길 진입 가능역
중앙선 전철은 일주일 내내 맨 앞 칸과 맨 뒤 칸에 자전거 탑승 가능. 남한강자전거길 진입 가능역은 △덕소역 △팔당역 △운길산역 △양수역 △신원역 △국수역 △아신역 △오빈역 △양평역.
자전거 대여소
○ 팔당역 시작 지점 유료대여소=1인용 한 시간 3000원(2인용 6000원). 양평 쪽으로 가더라도 다시 돌아와 반납해야 한다. 011-9706-8570
○ 양수역 무료대여소=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제시. 9∼17시 운영. 분실 시 실비 보상 (남 17만 원, 여 15만 원). 역시 양수역에 다시 돌아와 반납해야 한다.
▼ 4대강 자전거길 ▼
○ 새재자전거길=충주탄금대교∼상주상풍교 100km
○ 낙동강자전거길=경북 안동시 낙동강∼낙동강하 구둑 317km
○ 영산강자전거길=영산강 하구둑∼담양댐 132km
○ 금강자전거길=금강 하구둑∼세종시 114km
단체 라이딩 시 주의사항
○ 보호장구는 필히 착용(헬멧, 장갑, 야간에 전장라이 트, 후방 깜박이)해야 손목인대 파열, 손목뼈 골절, 쇄 골 골절을 막을 수 있다.
○ 교통 신호는 반드시 준수
○ 안전요원 외 한 줄로 라이딩
○ 단체 라이딩 시 선두 추월 금지(개별 행동 금지)
○ 라이딩 시 이어폰 및 음악(스피커) 금지
○ 앞 사람과의 거리는 자전거 한 대(2m) 정도의 거리 유지
○ 수신호 숙지 및 준수
○ 기본 수리공구 지참(예비튜브, 공구, 펌프 등)
▼ 구석구석 우리 산하 이렇게 아기자기 할 수가 ▼
■ 팔당역∼이포보 달려보니
정동창 주한 세이셸명예총영사
남한강자전거길 시작점인 옛 팔당역에 도착했다. 구 중앙선 폐철로를 이용해 자전거길과 인도를 만들었다. 군데군데 살려놓은 옛 철길의 모습이 운치를 더했다.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팔당댐의 물안개가 황홀하게 피어올랐다. 아름다웠다. 그동안 세계 100여 개 나라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아늑하고 정감 있는 곳은 없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적지 부근인 옛 능내역을 거쳐 두물머리의 북한강철교에 도착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한복판에 서게 된 것이다. 낡은 철교는 멋진 예술품이 되어 있었다.
하루 종일 달렸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구석구석 우리 산하가 이렇게 아기자기할 줄 몰랐다. 어느덧 경기 여주의 군조(郡鳥) 백로를 형상화한 이포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비로소 ‘내가 멀리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밤길도 행복했다. 다음에는 부산까지 내처 달려보리라! 가슴 뿌듯하고 의미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