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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급임원 40%가 청탁승진… 교통 ‘비리’ 공단

입력 | 2011-11-18 03:00:00

감시맡은 前現 노조위원장도 14명에 1억6000만원 받아
경영본부장 등 4명 구속… 금품 건넨 직원 20명 입건




교통안전공단의 전·현직 노조위원장이 인사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조합원에게서 수천만 원의 뒷돈을 받아 챙겨 오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사측의 인사전횡을 감시하라며 노조 대표자를 인사위원회에 참여시켰더니 ‘승진 브로커’ 짓을 한 것이다. 또 임원급 승진자 중 40%가 노조나 공단 고위층에게 인사 직전 뇌물을 바치는 등 이 공단은 비리로 얼룩져 있었다.

○ 인사비리 감시하랬더니 ‘승진 장사’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승진 부탁과 함께 2007년부터 3년간 조합원 4명한테서 53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교통안전공단 노조위원장 정모 씨(50)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정 씨의 전임자였던 김모 씨(56)도 인사 특혜를 대가로 직원 10명에게서 1억1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 씨와 김 씨는 매년 인사철이 되면 “공단 임원들과 친분이 두텁다. 승진을 하거나 좋은 보직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인사위원회에서 힘을 써주겠다”며 조합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공단은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승진이나 보직 배분을 결정하는 인사위원회에 노조 대표가 참여해 논의 과정을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위원장들이 ‘감시견’ 역할을 못하자 공단 고위 임원들은 자신에게 로비해온 직원들을 마음 놓고 승진시켰다. 이 공단 경영지원본부장 권모 씨(56)는 2008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인사 청탁과 함께 49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권 씨의 전임자 유모 씨(57) 역시 직원들의 승진 부탁뿐 아니라 지인의 자녀를 채용해주는 대가로 6명한테서 53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공단 직원들은 3번 이상 선정되면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을 수 있는 근무성적 부진자(C-Player) 선정을 취소해 달라며 이들에게 돈을 건네기도 했다.

경찰은 “인사위원회에 들어간 공단 임원들과 노조 대표는 한통속이 돼 움직였다”며 “임원들이 청탁을 해온 직원들을 먼저 승진 대상자로 올리면 노조위원장은 이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자신에게 로비해온 조합원들에 대한 특혜를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 임원급 간부 40% ‘뒷돈 승진’

경찰 조사 결과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첫 임원급 보직인 처장(2급)으로 승진한 12명 중 5명이 인사위원들에게 금품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사 특혜를 바라며 금품을 제공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공단 직원만 20명이고, 인사 비리에 연루된 인원이 41명에 달할 정도로 비리가 만연해 있었다. 하지만 경찰수사 개시 전인 2010년 11월 이전에 공단이 자체적으로 인사비리를 적발해 징계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들이 원하는 지사나 검사소에 근무하기 위해 인사 직전 돈을 뿌리고 승진 후에는 사례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로 노조위원장 정 씨 등 관련자들이 직위 해제되자 한 공단 직원은 경찰에 편지를 보내와 “노동조합이란 이름으로 직원들 위에 군림하고 자신들만이 회사를 생각하는 양 많은 이들을 현혹시켜 온 사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교통안전공단은 국토해양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불법구조변경 차량 단속이나 새 자동차 성능 검사 등 국민 안전과 밀접한 업무를 맡고 있다. 경찰은 노조가 승진 심사과정에 참여해 금품을 받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인사 부조리가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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