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멈추기 위해 이란을 공격한다고 가정할 때, 이란이 어떻게 나올지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늘날 이란은 침체와 분열, 역기능의 혼합체이기도 하나 ‘분노’로 하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란을 향한 공격은 리언 패네타 미 국방부 장관의 경고대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가져올 수 있다. 이웃 국가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급증하고 헤즈볼라(레바논에 기반을 둔 무장 시아파 이슬람 조직이자 합법정당)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항한 직간접적인 보복이 계속될 것이다. ‘지하드(이슬람 성전·聖戰) 이데올로기’가 쇠퇴하는 듯 보이고 아랍의 봄이 정체기에 접어든 지금, (이란을 거점으로) 지구촌에 극단주의 흐름이 밀려들 것이다. 유가는 치솟을 것이고 글로벌 경제는 더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란의 끊임없는 핵무기 경쟁은 195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모하마드 모사데크 총리(반외세 민족주의를 이끌던 그는 팔레비 왕조 때 총리까지 지내지만 곧 쿠데타 혐의로 체포된 뒤 1967년 사망한다) 축출 당시 남겨진 씻을 수 없는 분노에서 촉발됐다고 볼 수도 있다.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세 가지 핵심요소를 꼽는다면 우선, 이란은 핵무기 격발장치를 직접 만지는 대신 전력 생산을 원하고 있다.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러시아가 그랬듯 ‘군사적-핵능력’(핵무기로 언제든 전환 가능한 핵능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현재 이란 최고의 권력을 갖고 있는 이슬람 종교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혁명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생존’을 위해 핵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은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묶는 ‘민족주의적 접착제’나 다름없다.
셋째, 이란은 2009년 재선에 성공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이 불씨가 된 반정부 시위 이후 흔들리고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고 거대 은행 자본은 부패했다. 아마디네자드와 긴장관계인 하메네이는 늙어가고 있으며 누가 그 뒤를 이을지 불분명하다.
이런 환경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무모한 군사 공격을 자제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이란의 내부 분열을 증폭시키도록 힘써야지 (그들을 공격해서) 분노로 결의를 다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과거 대소(對蘇) 봉쇄 정책의 입안자였던 조지 케넌은 1946년 주소련 미국대사 시절 소련이 능력 이상으로 군사력을 확대해 경제적으로 약해질 것이라고 보았다.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이란에 군사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핵개발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바로 봉쇄와 억제 정책이다. 힘 있는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공동방위국가들을 통한 ‘이란 봉쇄’는 현재 진행 중이다. 마지막 보루로서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가 했던 해상봉쇄와 같은 ‘격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시간은 이란의 편이 아니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