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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의장 “난 이제 화살 다 쏴”… 직권상정 결단?

입력 | 2011-11-18 03:00:00

“재협상은 협정상 의무인데 왜 서면합의 받아오라 하나”…
원내대표 회동서 민주 성토




박희태 국회의장이 17일 민주당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박 의장은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의 면담 자리에서 전날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3개월 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제안을 거부하면서 ‘문서 합의’를 요구한 데 대해 “법상 의무가 돼 있는 것을 무엇 때문에 또 서면으로 받느냐”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ISD 재협상을 요구하고, 그것을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면 이제 민주당의 우려는 불식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장은 또 “민주당은 정말 한미 FTA 비준안을 전당대회 전(12월 중순)에 처리할 용의가 있느냐”고 따졌다. 야권통합을 꾀하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비준안 처리를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어 “나는 우리나라에서 재협상 요구를 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이 대통령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고 덧붙였다.

양당 원내대표와의 회담을 마친 뒤 박 의장은 기자들을 만나 “나는 이제 화살을 다 쐈다”며 “나로선 더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직권상정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분석이 나왔다. 박 의장은 “직권상정은 그야말로 의장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하는 것”(10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의장은 “봉산개로(逢山開路·산을 만나면 길을 뚫는다)라고 하는데 길도 못 내고 시간도 없어 답답하다”며 “국회가 20년 넘게 변한 게 없다. 환멸만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봉산개로’는 김진표 원내대표가 11일 한미 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무엇이 진정 국익과 민주당을 위한 길인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인용한 말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