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기는커녕 가슴 뿌듯한 ‘사랑의 빚’
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선교회는 동쪽에 위치한 신앙의 구원선 같은 교회를 표방하고 있다.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을 통해 한국 개신교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1982년 교인 6명으로 시작한 이 교회의 출석신자는 5000여 명이다. 그는 중형 교회 담임목사이지만 25평 연립주택에 산다.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본부의 훈련 프로그램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조별로 나눠 토론을 하고 있다. 동선교회 제공
“그럼 작은 배보다 큰 배가 구원선으로 유리하지 않습니까.”(기자)
“큰 배는 가진 것이 많아 제 역할을 못합니다. 냇물이 살아나야 강이 사는 것처럼 작은 교회가 살아야 한국 개신교 전체가 살 수 있습니다.”(박 목사)
“작건 크건 교회가 너무 많다는 비판도 있습니다.”(기자)
“교회는 많을지 몰라도 제 역할을 하는 교회는 많지 않습니다.”(박 목사)
이 교회는 단지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매우 까다롭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목회자들은 훈련 서약서를 쓰게 된다. 청장년 출석 신자가 100명이 될 때까지 휴가나 해외여행 금지, 매주 3일 이상 교회에서 밤을 지새우며 기도하고 설교 준비를 할 것, 월 1회 부부가 함께 훈련 프로그램에 참석할 것…. 평가점수에 따라 월 30만 원의 지원비가 차등 지급된다.
이 교회의 활동에 영향을 받아 생긴 ‘작은 교회 살리기 연합’ 총무 이창호 목사는 “실핏줄 같은 작은 교회들이 자립해야 한국 개신교가 건강해진다”며 “작은 교회 운동이 뿌리를 내리면 일부 대형 교회에서 보이는 세습과 교회 내부 갈등 등 많은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동선교회의 또 다른 날개는 나눔 프로그램이다. 이 교회에는 일요일마다 필리핀 교회가 생긴다. 필리핀 출신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여성 30∼40명이 교회 공간을 빌려 예배를 올리고 있다. 2008년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예식 지원 사업을 시작해 10쌍의 결혼식을 지원했다.
은퇴 목사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은퇴 목회자들의 활동 공간이 없는 것도 우리 개신교회의 문제점이다. 이 교회는 은퇴 목회자들을 경제적으로 돕고 직접 전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박재열 목사의 ‘내가 배우고 싶은 목회자’ 김진호 목사▼
김 목사는 교단장을 지냈지만 권위 대신 어려운 후배들을 위한 헌신을 선택했다. 나이와 경력에 관계없이 한국 교회의 밀알이 되겠다는 그분의 간절한 소망이 느껴졌다. 그 뒤 그분은 ‘비전교회와 함께하기 운동본부’를 설립해 미자립 교회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목사인 남편과 사별한 ‘홀사모’ 돕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