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사회부 기자
토마토저축은행에 적금 6000만 원을 부은 주부 박모 씨(51)는 며칠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막내아들 등록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박 씨는 이달 초 만기가 된 적금을 타서 아들 등록금을 댈 계획이었다. 입시 준비로 미뤄온 아들의 허리 디스크 수술비로도 쓸 꼭 필요한 돈이었다.
하지만 9월 거래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으로 분류돼 영업정지 되면서 그 계획은 완전히 무산됐다. 내년 3월엔 큰아들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박 씨는 수중에 돈이 없다. 가지급금으로 받은 2000만 원은 위암 투병 중인 시아버지 수술비에 이미 다 썼다. 남편은 몇 년 전 명예퇴직을 해 시중은행 대출도 어렵다. 박 씨는 “한창 논술 준비에 집중해야 할 막내가 ‘대학에 붙으면 바로 아르바이트를 뛰겠다’고 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정화조를 청소하다 은퇴한 오모 씨는 퇴직금 1억3000만 원을 후순위채권에 투자했다가 해당 저축은행이 망하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 그는 은행에서 매월 이자 70만 원을 받아 유방암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보며 살 계획이었지만 그 꿈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18일로 부실 저축은행 7곳이 영업정지를 당한 지 두 달이다. 대부분 서민인 피해 고객들은 그사이 사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상당수는 7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앞으로 더는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없다”고 공표한 것을 믿고 돈을 빼지 않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이미 법에 명시된 ‘예금 5000만 원까지 보장’이란 규정뿐이다. 한 60대 피해자의 말이 실감난다. “전에는 저도 몰랐죠. 한데 나라를 믿었다가 피눈물을 쏟아 보니 정부에 무조건적인 반감을 갖는 요즘 젊은이들이 이해되더라고요.”
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