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보다 2년 높아 이례적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영훈)는 18일 명지대 학교법인인 명지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교비 수백억 원을 빼돌리는 등 2400억 원대 사학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유영구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65·사진)에게 검찰 구형(5년)보다 무거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 전 총재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명지건설의 회생과 1500억 원대인 개인 연대보증을 피하려 명지대 용인캠퍼스 터 매각대금 347억 원 등 명지학원 재산과 등록금을 총동원해 영리법인인 명지건설 지원 명목으로 불법 유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사학비리에 대한 재판부의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명지학원의 재정은 부실화돼 학교 교육의 부실화로 이어졌다”며 “값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과 부모가 피해자”라고 질타했다. 동아일보가 전국 재학생 1만 명 이상 93개 대학의 2011년 등록금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명지대는 명목등록금(845만4800원)과 실질등록금(964만3000원) 모두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본보 18일자 A1면 [전국 93개 대학 실질등록금 분석]명지대 845만원 가장 비싸…
A3면 [전국 93개 대학 실질등록금 분석]충남-경기, 광주-부산보다…
감독기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 부장판사는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교육당국과 감사기관의 감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액이 2400억 원에 이르고 다수의 학생이 피해를 본 데다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점, 범행이 15년간 조직적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점 등으로 미뤄 가중처벌이 불가피하다”며 가중영역의 권고형량인 징역 7년 이상 11년 이하 범위에서 선고형을 정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횡령·배임에 따른 이득이 300억 원 이상인 경우 감경이나 가중처벌하지 않으면 5년 이상 8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죄질이 나빠 가중처벌했다는 얘기다.
유 전 총재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명지대 용인캠퍼스 터를 명지건설에 매각한 대금 340억 원을 교비회계로 처리하지 않고 명지학원 채무 변제에 쓰는 등 명지학원과 명지건설 자금 800억 원을 횡령하고 명지학원에 17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올 5월 구속 기소됐다. 2009년 2월부터 KBO 총재를 맡았던 유 전 총재는 감사원과 교육과학기술부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총재직을 사퇴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