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화학교 ‘재산 증여’ 수용 않고 허가 취소

입력 | 2011-11-19 03:00:00

‘도가니’ 재수사 14명 입건… 성폭행 후유증 근거로 처벌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재수사한 경찰이 영화 ‘도가니’에서 교직원이 장애학생의 손발을 묶고 성폭행한 뒤 감금한 장면이 사실인 것으로 보고 관련자 처벌을 검토 중이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장애학생을 성폭행한 혐의(강간치상)로 전 인화학교 교직원 A 씨(63)를 조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A 씨는 2004년 초 광주 인화학교 행정실에서 지적·청각 중복장애를 앓고 있는 B 양(당시 17세)의 손발을 묶고 성폭행한 뒤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화에서는 범행이 교장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그려졌다. 또 경찰은 2005년 초 인화학교 기숙사에서 혼자 있는 B 양을 추행하고 성매매를 제안한 혐의(강제추행치상죄)로 당시 교사 C 씨(65)도 조사 중이다.

이 교직원 2명은 2006년 수사 과정에서 장애를 앓고 있는 B 양이 일관된 진술을 하지 못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됐다. 하지만 B 양 등 피해 학생 8명은 이달 초 연세대 의대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성폭행 트라우마(정신 장애)가 확인됐다. 이는 법적으로 상해로 인정되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10년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단순 추행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기 어려울 듯했던 A, C 씨는 공소시효(강제추행치상죄·10년)가 남아 처벌될 처지가 됐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당시 강제로 키스를 하는 것이 체벌일 정도로 학교 성폭력이 심각했다”며 “피해 학생들은 악몽을 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06년 당시 제대로 진단됐다면 교직원 처벌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학생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로 2, 3년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9월 29일부터 이날까지 51일간 인화학교 교직원, 학생 40명을 조사해 14명을 입건했다. 물증이 없어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7명은 불기소, 13명은 내사종결, 4명은 기관통보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화학교 후원금 7500만 원을 전용한 데 관여한 이사장(67) 등 법인 비리 연루자 11명의 처벌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날 인화학교 법인 우석 측의 재산 증여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허가 취소를 통보해 6년간 끌어온 ‘도가니 사태’는 일단락됐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법인 재산(57억 원)은 시에 귀속된다”며 “인화학교는 시교육청 직영 특수교육 기관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