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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논객 김대호 “외통위 점거 패악, 진보 죽음의 시대 초래… ‘안철수 현상’ 시민 좌클릭으로 착각 말라”

입력 | 2011-11-19 03:00:00

좌파의 한미 FTA 반대 신랄하게 비판




“지난 십수 년의 경험으로 볼 때 민주진보가 우르르 몰려가는 길은 망하는 길이었고, 국민적 상식과 내 상식이 일치하는 길은 적어도 망하지는 않는 길이었다.”

노동운동권 출신의 진보좌파 논객인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사진)이 17일 연구소 홈페이지(www.socialdesign.kr)에 올린 ‘한미 FTA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회의 대화, 타협의 문화다’라는 글의 일부다. 진보좌파 논객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결사반대하는 자신의 진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김 소장은 이 글에서 “누가 뭐라 해도 한미 FTA는 99%가 참여정부의 작품이다. MB가 재협상으로 바꾼 것은 1%도 안 된다. 도대체 참여정부가 통상 관료들에게 놀아나서 나라 팔아먹을 짓을 했다는 선동이 먹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정부 시절부터 논쟁이 된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역진불가조항, 서비스업 네거티브 방식 개방 등은 지금 뜯어봐도 참여정부의 해명이 설득력이 있다”며 “괴담 수준의 비판은 참여정부 시절에 거의 논박됐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점거농성이 초래할 길고 긴 패악이 정말 걱정스럽다”고도 했다. 이런 정치 관행이 계속되면 2012년 총·대선을 통해 구성될 국회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1987년 이후 최강의 힘을 보유했지만 80석 남짓의 민주당이 결사반대하자 방송법 정도를 제외하곤 통과시킨 것이 별로 없다”며 “2012년 총·대선에서 요행히 (진보좌파 진영이) 이긴다 하더라도 2013년 재·보궐선거부터 기나긴 진보의 ‘죽음의 시대’가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또 김 소장은 “김대중, 노무현 초상화를 당사 곳곳에 걸어 놓은 정당이 이럴 수는 없다. 백번 천번 고쳐 생각해도 이것은 두 대통령의 정신과 방법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민주당은 야권 연대 전략과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과거 노선을 수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의식해 ‘좌클릭’을 했지만 민노당과의 통합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안철수 현상’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안철수 현상’을 볼 때 시민들의 요구는 좌클릭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상식을 갖고 얘기하라는 것”이라며 “현재 진보좌파는 ‘고장 난 탱크’”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정치공학 정치와 상대의 실수에 기댄 반사이익 정치를 끝내고 국가비전 정치로 전환해야 하는데 현재 진보도, 보수도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