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29)가 일본 프로야구를 선택했다. 11시즌을 함께 했던 롯데 대신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이다. 롯데는 4년간 총액 100억 원(옵션 20억 원 포함)이라는 역대 최고액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야구선수로서 새로운 꿈과 도전을 위해 해외에 진출하겠다"며 롯데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롯데는 "이대호가 해외에서 자신의 몸값을 평가 받고자 하는 의사를 존중한다. 한국 타자의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대호는 올해 박찬호가 뛰었던 오릭스 입단이 유력하다. 일본 언론들은 이대호가 2년간 5억 엔(약 75억 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호는 롯데에서 통산 타율 0.309에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130kg이 넘는 거구임에도 몸이 유연하고 임팩트가 좋다. 변화구와 직구를 가리지 않고 잘 친다. 밀어치기에도 능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야구는 환경이 다르다. 일본 투수들은 대부분 포크볼(직구처럼 날아가다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공)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전 오릭스)도 포크볼 때문에 타격감을 잃었다. 외국인 선수의 성적에 따라 대접이 천차만별인 일본 야구 문화도 넘어야 한다. 이대호의 일본 진출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본에서도 통할 것"
8년간의 일본 프로야구를 청산하고 국내 복귀를 결심한 이승엽은 이대호가 일본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승엽은 "대호는 성격이 털털해서 잘 적응할 것 같다. 만약 오릭스로 간다면 과거 구대성 박찬호 선배 등이 있던 곳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요미우리에서 코치 생활을 했던 김기태 LG 감독도 이대호가 일본에서 통할 것이라고 했다.
이대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국제 대회에서 중심타자로 뛴 만큼 25홈런에 90타점 이상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바 롯데에서 올 시즌 중 퇴단한 김태균 역시 이대호의 성공을 낙관했다. 그는 "일본 야구가 한국보다 한수 위지만 한국의 A급 선수는 일본에서도 통한다"고 말했다. 다만 먹고 자고 소통하는 문제를 잘 해결해야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본 현미경 야구에 적응이 쉽지 않을 것"
이대호가 뛰어난 선구안을 가진 거포지만 일본의 현미경 야구를 넘어서긴 쉽지 않다는 걱정도 만만치 않다.
이순철 KIA 수석코치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 김태균과 이대호를 비교했다. 김태균은 볼을 몸 뒤쪽에 붙여서 타격을 하는데도 일본에서 포크볼 등 유인구에 속았다. 김태균에 비해 체중 이동을 하며 타격하는 이대호가 유인구를 참기는 쉽지 않다는 거였다.
이 코치는 "저팬시리즈에 나오는 일본 투수들 제구가 정말 뛰어나다. 주니치 선발 요시미 가즈키가 공 108개를 던졌는데 실투가 한두 개뿐이었다. 이대호같은 정상급 타자도 맞추기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한 현역 감독도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은 한국 선수들과는 격이 다르다"며 이대호의 일본 무대 적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일본 투수들은 몸쪽으로 위협구를 던지고 뚝 떨어지는 포크볼 던지곤 한다. 외국인 타자가 타격감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승엽과 김태균 등 최고 타자들이 고전했는데 이대호도 이를 극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소프트뱅크에서 뛰었던 이범호(KIA)는 "이대호가 포크볼을 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볼카운트 쓰리볼에서도 연속 3개의 포크볼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일본 투수가 대부분이라는 거였다. 국내에서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가 거의 없다. 이대호가 정교한 타격과 함께 유인구를 골라내는 능력을 키워야 일본 무대에 안착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