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 주식시장에는 과자를 만드는 ‘마더스 쿠키(Mother's Cookie)’란 회사가 상장돼 있었다. 엄마가 만든 음식처럼 사랑과 정성이 깃든 과자란 뜻이므로 꽤 괜찮은 회사명이었지만 경영진은 사명 변경을 고민했다. 새로 내세울 이름은 ‘마더스트론스 쿠키트로닉스(Motherstron's Cookietronics)’였다. 당시 회사 이름에 전자를 뜻하는 일렉트로닉스의 뒷글자 ‘트로닉스(tronics)’만 붙으면 주가가 오를 정도로 트로닉스 테마주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 증시에도 많았다. 건설이 테마로 떠오르면 화학업체인 건설화학 주가도 오르는 식이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이 꺼질 땐 ‘도망주 테마’에 주목하라는 농담이 나돌았다. 주가 폭락 탓에 증권사 직원들이 비행기를 타고 도망 칠 것이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우스갯소리였다.
테마주는 증시가 생긴 이래 늘 있어 왔고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다. 일반인에게 증시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알려지지 않은 유망 종목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효과를 감안해도 요즘 테마주 열풍은 지나친 듯하다. 올 들어 증시에 부각된 테마는 줄잡아 250여 개. 일부 증권사는 고객용 주식거래 시스템에 특정 숫자를 입력하면 200여 개의 테마가 떠오르도록 해놓았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종목은 1900여 개인데 테마 종류만 200∼300개에 이른다면 테마주가 아닌 기업이 드물 정도다.
이은우 경제부 차장
이은우 경제부 차장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