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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소비자물가지수 개편 이유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입력 | 2011-11-21 03:00:00

매년 소비패턴 달라져… 물가상승률 0.1~0.3%P 하락 효과




Q. 정부가 12월부터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하는 이유와 물가지수 개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합니다.
A. 올해 한국 경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물가는 구매력(購買力)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한 가정의 월 소득이 5% 올라갔을 때 물가는 7% 올라갔다면 이 가정이 이 소득으로 살 수 있는 구매력은 오히려 2%포인트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가는 크게 나누면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할 때 구입하는 원자재와 중간재 비용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생산자물가지수라면 소비자물가지수는 도시 가구가 구입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정부가 올 12월 1일 개편하기로 한 물가는 바로 이 소비자물가지수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물가지수의 측정 방법을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하기 위해 조사하는 품목은 모두 489개입니다.

이들 489개 품목은 일반 가정에서 많이 구입하는 품목들로 선정됩니다. 도시 가구의 매월소비지출에서 0.01% 이상 되는 품목들은 대부분 조사대상에 포함됩니다. 품목별 중요도를 의미하는 ‘가중치’ 역시 지출비중에 따라 결정됩니다. 지출비중이 가장 작은 밀가루는 가중치가 0.01%에 불과하지만 전세금은 6.64%에 이릅니다. 따라서 밀가루 값이 10% 올랐을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0.001%포인트 오르지만 전세금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0.664%포인트 올라가는 식입니다.

문제는 매년 가정의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는 15년 전까지는 일반 가정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운 품목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갖고 있는 품목입니다. 따라서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휴대전화가 차지하는 가중치도 15년 전과 지금은 큰 차이가 나야 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가정의 소비지출 비중에 따라 물가지수를 산정하는 데 포함되는 품목과 가중치를 개편하고 있습니다. 올해 개편 역시 2006년에 이은 정기 개편입니다.

이번 개편에서 제외가 확정된 품목은 공중전화 통화료, 유선전화기, 전자사전, 캠코더 등입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지출이 크게 줄어든 품목들입니다.

반면에 최근 5년 사이 지출이 크게 늘어난 스마트폰 이용료, 전문점 커피, 실손 의료보험료 등이 소비자물가지수 조사대상으로 포함됩니다. 거리 음식의 대명사인 떡볶이 역시 올 12월부터 조사대상에 새롭게 포함됩니다. 떡볶이는 과거에도 각 가정의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주로 노점상에서 팔아 가격 조사가 어려워 물가지수 집계에서는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2, 3년 사이 전문 체인점이 늘어나면서 가격 조사가 쉬워져 조사대상 품목에 추가됐습니다.

과거 사례들을 보면 정부가 물가지수를 개편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격이 상승한 물건은 소비가 줄어들어 가중치가 감소하지만 가격이 하락해 소비가 늘어난 품목은 가중치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한 1991년과 1996년, 2001년, 2006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기준으로 계산했던 것보다 0.1∼0.3%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해 고공행진을 벌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을 앞당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당초 12월 지수부터 반영할 예정이었던 새 물가지수 산출방식은 11월 소비자물가지수부터 반영해 다음 달 1일 발표하기로 하면서 나오는 지적입니다. 지출 비중이 별로 줄지 않은 금반지를 소비자물가 조사대상에서 빼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는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매년 새로운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정의 소비패턴이 과거보다 빨리 바뀌자 내년부터는 물가지수 조사대상 품목을 예전처럼 5년에 한 번씩 바꾸되 품목별 가중치는 평균 2.5년에 한 번씩 변경할 예정입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반지는 소비지출보다는 투자를 위한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 때문에 물가조사 품목에서 빼게 된 것”이라며 “개편된 물가지표 발표를 앞당긴 것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와 비슷한 물가지표를 빨리 공개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