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도 외국인 혐오 ‘제노포비아’… 26개大 125명 심층 인터뷰
2011년 9월 현재 한국에 체류하며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수다. 전문대를 포함해 전체 대학생 298만2000여 명의 3%를 넘는 수치다. 최근 5년간의 추세를 볼 때 내년이면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정부는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2012년까지 국내 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을 유치해 유학·연수수지를 개선하고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고 발표했다. 양적 목표치는 사실상 달성한 셈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유학생이 체감하는 한국에서의 교육과 삶의 질은 어떨까.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8%인 85명은 “학교 안팎에서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증)로 인한 차별 또는 따돌림을 겪었다”고 했다. 10명 중 7명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에 서투르거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조별(組別) 모임 및 수업에서 소외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유학생도 31명이나 됐다.
교수가 ‘외국인 왕따’를 조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공필수 수업인데도 교수가 한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중국인은 모두 나가라고 했다’ ‘부당하게 F학점을 받았지만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외국인이어서 발표 순서에서 제외됐다’고 하는 등 11명이 자신의 차별 경험을 털어놨다.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극단적 반(反)다문화주의자가 할 법한 반지성적인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캠퍼스 밖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유학생 70명 중 32.9%인 23명은 최저임금(시간당 4320원) 미만의 월급을 받았다. 한양대에 다니는 한 중국인 유학생(29)은 학교 앞 편의점에서 휴일도 없이 하루 10시간 근무했지만 시급으로 4000원을 받았다. 이마저도 아파 입원하자 사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한 달 급여로 120만 원 중 40만 원만 줬다고 한다. 유학생 중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제에 대해 아는 사람은 22명에 불과했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인은 스스로를 외국인에 비해 높게 평가하는 ‘내(內)집단 편애’가 매우 강한 편”이라며 “외국인 옆에는 앉지 않거나 외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편애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 유학생 중 미국 사회의 배타주의로 인해 결국 반미주의자가 돼 돌아가는 경우도 상당수”라며 “한국사회의 지나친 차별 역시 한류(韓流) 같은 긍정적인 이유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을 등 돌리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