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바람은 역시 강했다. 그린 위에 마크한 공이 속절없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깃대는 마치 갈대처럼 휘어져 부러질 것 같았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서 골프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20일 제주 서귀포시 스카이힐제주CC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 최종 2라운드가 강풍으로 순연됐다. 18일 1라운드가 300mm의 폭우와 안개로 취소된 데 이어 다시 하루가 늦춰졌다. 국내 골프 대회로는 유일하게 예비일 제도를 뒀기에 21일 경기를 치르게 됐다. 예비일이 없었다면 규정에 따라 한 라운드만 치른 이 대회 기록은 인정받지 못하며 총상금 4억 원의 75%를 출전선수들이 똑같이 나눠가질 뻔했다. 한 라운드 전체가 월요일로 순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속 11m에 이르는 강풍이 이틀 연속 몰아치면서 선수들은 진땀을 흘렸다. 허허벌판인 12번 홀에서는 어프로치한 공이 바람에 서지 않을 정도여서 7개 팀이 대기를 하기도 했다. 김자영은 “네 홀 치는 데 2시간이 걸렸다”며 혀를 내둘렀다. 맞바람에 드라이버는 160야드를 날아가는 데 그쳤고 파3홀에서는 3클럽 이상 크게 잡아도 그린에 한참을 못 미치기도 했다. 올 시즌 평균 타수 1위를 달리는 심현화는 1라운드를 85타로 마무리했다. 평균 타수 2위 유소연은 77타, 4위 김하늘은 75타를 기록했다. 일본 투어에 출전하느라 불참한 평균 타수 3위 이보미가 앉아서 최저 타수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수들과 부모들은 항공과 숙박 예약을 연기하느라 애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