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서 ‘1+1’사면 덤 1개는 기부함에 쏙∼ 참 쉽죠 잉
푸드뱅크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지만 개인의 참여는 아직 미미한 편이다. 한 개인 기부 자가 롯데마트에 설치된 기부함에 음식을 넣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푸드뱅크가 국내에 등장한 것은 1998년이다. 일부 복지시설이 선진국에서 유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나눔을 벤치마킹했다. 이후 시범사업을 거쳐 2000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중앙푸드뱅크로 지정됐다. 이때부터 푸드뱅크 나눔은 본격화했다. 어느 덧 10년을 훌쩍 넘겼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푸드뱅크를 생소하게 바라본다. 저소득층에 돈을 줘야지, 무슨 음식이냐는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상한 음식이나 먹다 남은 음식을 기부하는 거냐고 말하기도 한다. 취지에 동의하지만 참여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지역별 격차도 넘어야 할 산이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푸드뱅크 지점이 없는 지역은 없다. 그러나 기부자들이 주로 인근에 있는 푸드뱅크에 기부를 하다 보니 지역별로 준비된 물량에 큰 차이가 생긴다. 가령 지난해 서울지역에 기부된 건수는 8만7629건으로 200억 원 가까이 된다. 반면에 울산과 강원은 각각 8억8000만 원과 9억5000만 원에 그쳤다. 제주와 전남도 기부 실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기부 물품도 지역별로 많이 다르다. 도내에 큰 제조업체가 없는 제주는 반찬 햄 어묵 같은 부식, 음료수 과자 과일 견과류 같은 간식의 기부가 많이 부족하다. ‘공업도시’ 울산은 식재료 기부가 가장 적다. 기부량이 너무 적거나 종류가 편중되면 골고루 나눠주기도 어렵다.
롯데마트 전 지점에는 빨간 식품기부함이 설치돼 있다. 장을 보고 나올 때 정품에 달려 있는 비매품을 기부함에 넣으면 된다. 1+1상품을 사서 하나는 가져가고 하나는 기부함에 넣어도 좋다. 다만 된장 고추장 쌈장 참치캔처럼 기부 물품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상하지 않는, 유통기한이 긴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식품기부함은 대형마트 161개, 중형마트 42개, 아파트단지 10개, 종교시설 28개, 지역사회 109개 등 총 350개가 설치되어 있다.
유통기한이 짧은 음식이나 집에서 만든 반찬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물론 이런 물품도 푸드뱅크는 받는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전에 푸드뱅크 담당자가 철저히 품질 검사를 한다. 위생상태는 괜찮은지, 유통기한은 충분히 남아있는지를 살핀다. 눈으로 살펴보고 냄새를 맡아 이상 유무도 확인한다. 때에 따라서는 직접 시식을 하기도 한다.
남아도는 식품이 없어도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있다. 푸드뱅크에 기부자로 등록해 기부금을 보내면 된다. 기업이나 개인이 푸드뱅크에 무상으로 기부할 경우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따라 15∼100% 범위에서 세제혜택이나 소득공제를 받는다. 실적에 따라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적으로 정부가 포상하기도 한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5회 푸드뱅크 식품나눔 전국대회에서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LG생활건강을 비롯해 27개 기업과 단체가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국푸드뱅크 회장은 “옛말에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소중한 음식기부가 추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식품을 기부하고 싶거나 이용하고 싶은 사람은 1688-1377로 전화하면 된다. www.foodbank1377.org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