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최고위원-시도지사 연석회의 격론
2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와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왼쪽부터 박준영 전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강운태 광주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손학규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비준안 처리 문제 의견 갈려
손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예산철인데 FTA 정국으로 인해 예산·민생 문제가 실종되고 있어 안타깝다. 격의 없는 토론을 위해 모두발언을 생략한다”며 비공개 회의를 선언했다. 송 시장과 안 지사 등이 공개적으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필요성을 밝혀온 만큼 내부 이견이 표출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박 지사는 “시도지사들이 각 분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라며 설전을 예고했다.
송 시장은 “FTA는 한국의 생존전략이자 돌파구다. 저는 한미 FTA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은 노무현 정권 시절과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ISD 폐기’ 주장은 ‘FTA를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ISD와 관련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서한을 보내 △상시중재원에 재심 조항 설치 △외국인투자가의 권한 범위 및 ISD 저촉 범위 한정 등의 약속을 받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계속 야당만 할 거냐. 집권당이 될 생각으로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며 강경론을 펴고 있는 손 대표를 직접 공격했다.
안 지사는 “국가의 개방통상 전략 자체를 놓고 ‘선이냐 악이냐’ 하면서 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ISD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모든 나라와 ISD를 맺고 있지 않느냐”며 손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등 강경파의 ISD 폐지론을 비판했다. 박 지사는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FTA를 질서 있게 하면서 농축산업 피해대책을 충분히 보완해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최문순 강원지사는 “민주당이 주장한 ‘10+2’ 재재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왜 당론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나오느냐”며 강경론을 고수했다.
○ 신당 창당 추진에 비판 쏟아져
송 시장은 “또다시 보따리를 들고 다른 당을 만들 것인가. 바뀐 당명을 적느라 명함을 새로 만드는 것도 끝내야 한다”며 “7명의 광역단체장을 만들어낸 민주당이 스스로 자존심과 중심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쇄신이 먼저’라는 얘기였지만 묘하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손 대표의 한나라당 탈당 전력을 비판하면서 했던 ‘보따리 장사’란 표현을 상기시킨다는 해석이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3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손 대표를 겨냥해 “보따리 장사하듯이 정치를 하고 있다. 탈당 입당은 평상시의 소신을 갖고 해야지,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건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송 시장은 또 “조강지처가 안 예쁘다고 옆에 있는 아가씨를 데려올 문제가 아니다”고도 했다. 안 지사는 “통합에 대한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민주당의 중심은 유지돼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연을 넓혀가면서도 야합은 하지 않았다”고 뼈 있는 얘기를 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지금의 신당 창당은 지분 나누기로 점철된 야합이자 해당(害黨)행위로, 코끼리를 해체해 개구리에게 헌납하는 격”이라며 “신당을 추진하려거든 나가서(탈당해서) 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 대표는 신당 창당을 위한 통합전대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12월 17일 오전 별도의 민주 전대를 열어 민주당 해산 및 합당 안건을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합당 안건 의결은 전대에서만 할 수 있지만 손 대표는 그간 하위기구인 중앙위에서 위임 처리 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중앙위가 예정된 23일 단독전대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전대에서 당 해산 및 합당의 건이 부결될 경우 통합전대는 무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