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고 아픈 위, 1억 명이 선택한 ‘보라색 알약’으로 산뜻하게…
○타는 듯한 고통에는 약물 치료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산을 포함한 위액이 비정상적으로 위에서부터 식도로 역류하는 질환이다. 전형적인 증상은 속 쓰림과 시큼하고 쓴 입맛이다. 속 쓰림은 명치끝에서 목구멍 쪽으로 치밀어 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동시에 가슴이 타는 듯한 고통을 준다. 위액이나 위 내용물이 식도와 후두 사이를 역류하면 시큼하고 쓴 입맛을 느낀다.
위식도 역류질환을 장기간 방치하면 식도염이나 식도 협착, 식도암, 위궤양, 위암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환자들 삶의 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대다수 환자가 수면 장애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식사 제한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약으로 다스려도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1년 내 재발률은 50∼80%로 추정된다. 약물 치료를 받다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물의 용량을 줄이면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도 많다.
○1억 명 이상이 복용한 넥시움
넥시움이란 이름은 ‘Next millennium’의 합성어다. 2000년에 최초 발매됐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가 많은 서양에서는 이 약이 보라색 알약(purple pill)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푸른색의 비아그라나 오렌지색의 글리벡 등과 같은 성공적인 컬러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넥시움의 위산 분비 억제 효과는 혁신적인 약의 구조에서 나온다. 알약은 이중으로 코팅돼 있다. 우선 1000여 개 과립을 코팅한다. 이 과립을 모아 태블릿 형태로 만든 약도 다시 코팅한다. 이중 코팅이기 때문에 장에서 흡수될 때에도 과립이 고루 터지면서 약물의 일정성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알약을 복용할 수 없을 때에는 물에 녹여 먹을 수 있다.
○“치료 효과 92%”인 1차 선택 약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식도 내 산도를 pH 4 이상으로 유지해 위산의 역류를 막는 게 관건이다. 넥시움은 다른 약물보다 오랜 시간 pH 4 이상을 유지하는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국가에서 위산 관련 질환 치료의 1차 선택 약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만성적인 위식도 역류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복강경 수술 요법이 쓰이기도 한다. 이 수술과 비교했을 때 넥시움을 복용하는 게 치료 효과는 높으면서 후유증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공동연구팀이 11개국의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554명을 대상으로 5년간 넥시움 약물치료와 수술치료의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했다. 그 결과 복강경 수술군의 치료효과가 85%인 반면 넥시움 복용군의 치료효과는 92%였다. 식도의 운동성 질환, 복부 팽만감, 가스가 차는 증상 등을 느끼는 비율도 수술치료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약을 복용하면서 생활 습관을 고쳐야 완전한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음식을 먹고 바로 눕게 되면 위 속 내용물이 위식도 연결 부위에 놓이게 되므로 늦은 시간에 음식을 먹고 바로 눕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될 수 있으면 식사 이후 3시간 안에 누워 자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빈발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하부 식도 괄약근의 일시적인 이완이 꼽힌다. 이 때문에 하부 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떨어뜨리는 기름진 음식, 커피, 초콜릿, 겨자 등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늦은 밤 음주는 역류질환 환자들의 적이다. 많은 사람이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을 때 베개를 높이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으나 대부분 임상 조사에서 이 방법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위가 우리 몸의 왼쪽에 있기 때문에 복부 불편함이 있을 때에는 좌측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오히려 좋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