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도 활달한 성생활이 다산과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여겼다. 세시풍속에 그런 믿음이 반영됐다. 정월대보름은 연인의 날로 청춘남녀가 탑돌이를 하다 눈이 맞으면 즉석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정월 들어 처음 맞는 쥐의 날(上子日)에는 부녀자들이 방아를 찧었다. 밤중에 방아를 찧는 행위는 성행위를 암시한다. 또 용의 날(上辰日)에는 용란을 떴다. 천상에 있는 용이 하강해서 우물에 알을 낳는 날이니 이 물로 밥을 지어 먹으면 용의 정기를 받은 자손을 얻는다고 믿었다.
적어도 우리네 성문화는 이처럼 밝고 건강했다. 그러나 요즘엔 섹스리스(sexless)라는 위기에 빠져있다. 최근 2개월 동안 부부관계가 월 1회 미만이거나 한 달 동안 부부관계가 전혀 없을 때 섹스리스라고 부른다. 전체 부부의 3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대 신혼부부에까지 확산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치료에 인색하다는 점에 있다.
부부간의 섹스리스나 성 트러블은 결국 성으로 풀어야 한다. 부부관계도 궁극적으로는 남녀관계다. 활달하고 원만한 성생활을 통해 친밀도나 애정이 유지된다. 따라서 삽입 위주의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무엇보다 부부간의 솔직한 성대화가 필요하다. 서로 솔직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애무법과 체위 등을 털어놓고 삽입보다는 부드러운 스킨십으로 서로의 몸과 마음을 이해해 간다면 신혼 때처럼 설렘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김재영 퍼스트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