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영화처럼… ‘천장 뚫고’ 여권 털이

주식으로 돈 날린 20代… 대행사서 50개 훔쳐 돈 뜯어

‘이걸 어떻게 훔쳐야 하지….’

2005년 분식집 경영에 실패한 유모 씨(28)는 친인척에게서 1억5000만 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지만 모두 날렸다. 마땅한 직업이 없던 유 씨는 일용직으로 생활비를 벌었다.

올해 8월 중순 유 씨는 서울 구로구의 한 인력사무소로 가다가 출입국 업무대행사무소를 발견했다. 며칠간 주위를 살핀 유 씨는 이곳에 무인경비시스템이 없고 다락방 창문이 늘 열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 유 씨는 이곳을 털기로 결심했다.

같은 달 23일 유 씨는 창문이 열린 다락방을 통해 사무소의 천장으로 올라갔다. 준비한 문구용 칼로 석고보드 재질의 천장에 가로 1m, 세로 40cm 정도의 구멍을 내고 사무소로 뛰어내린 뒤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이 담긴 봉투 50개를 들고 도망갔다.

다음 날 유 씨는 대행사무소 대표 이모 씨(65)에게 “400만 원을 주면 물건을 돌려주겠다”고 해 돈을 받았지만 봉투 1개를 뺀 49개만 돌려줬다. 유 씨는 400만 원으로 다시 주식투자를 해 대부분을 날리자 한 봉투에 들어있던 여권의 주인 최모 씨(32·여)에게 연락해 “길거리에서 여권을 주웠으니 사례금을 달라”고 말했다. 수상히 여긴 최 씨가 경찰에 신고해 유 씨는 돈을 받기로 한 장소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유 씨를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