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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FTA?… 한국 “급할 것 없다” 만만디

입력 | 2011-11-24 03:00:00

호주-中 간절히 원하지만, 쇠고기-패권 맞물려 복잡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모든 국회 절차를 마치고 발효만을 남겨두면서 이제 관심은 다음 FTA 상대국으로 모아지고 있다. 현재 호주, 콜롬비아와 FTA 협상을 진행 중이고 중국과는 협상 개시 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급할 게 없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시형 통상교섭본부 통상교섭조정관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동안은 한미 FTA에 집중하느라 물리적으로 다른 협상에 인력을 투입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밀도 있는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호주, 콜롬비아와의 FTA 협상은 쟁점이 남아 있어 금방 끝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중 FTA에 대해서도 “언제 개시할지는 준비되는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만만디 전략’을 견지할 뜻을 내비쳤다.

우리로서는 이미 미국, 유럽연합(EU)과 FTA를 마쳐 세계 시장의 61%를 자유무역지대로 확보한 만큼 추가 FTA 협상은 급하게 진행할 이유가 없다. 중남미에서는 칠레 페루 등과, 아시아권에서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인도와 FTA를 맺는 등 대륙별로 골고루 FTA 허브를 뚫어놓은 상태다. 무리를 해서 FTA 협상국을 늘려야 할 급박함이 사라진 것.

반면에 호주와 중국은 한국과의 FTA 체결이 더욱 급해졌다. 당장 호주는 쇠고기 수출을 위해서라도 FTA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현재 국내 수입쇠고기 시장 점유율 1위(47.2%)지만 현재의 40% 관세율을 유지해서는 향후 단계적으로 관세장벽이 철폐될 미국, EU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위기감에서다.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호주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데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FTA를 통해 우리가 호주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수준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FTA는 단순히 경제적 이유 외에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확장과 연계돼 있는 만큼 속내가 다소 복잡하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농산물 등 민감 품목에 대해 사전협의를 마쳐야 한다고 밝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처 간 협상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미 FTA 발효조치를 마무리하는 대로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중 양국 교역규모(지난해 기준 1884억 달러)가 한미(902억 달러)의 두 배를 넘고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우월한 만큼 파장은 한미 FTA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