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연세대 의대 교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숨진 이태석 신부를 기리기 위해 이태석상이 만들어지고 첫 수상자로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해온, ‘부시먼 의사’로 불리는 외과 전문의 이재훈 씨가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태석 신부의 활동과 사망 소식은 나로 하여금 ‘미션’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했고 아이언스의 고백이 신부님의 봉사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모습과 일치해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이번 수상자인 이 씨는 2주 전 나와 함께 아프리카 세네갈의 본나바 지역에서 단기 의료봉사를 10일간 하다가 헤어진 직후라 더더욱 기쁨으로 다가왔다.
이태석 신부의 사역, 그리고 지금 이 씨의 사역.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 땅의 모든 편안함과 안락함을 등지고 남들이 꺼리는 오지에서 자신의 삶을 내던지고 낯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도록 하는 걸까. 요즘 많은 사람들의 화두 중 하나가 ‘나눔’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진정 자신을 나누기 위하여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씨는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부인과 자녀의 삶까지 고스란히 그곳에 묻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인 광혜원, 제중원도 미국인 선교사의 헌신적인 봉사로 시작돼 우리나라의 서양 의료가 여기까지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시대에 우리의 100년 전 삶을 살고 있는 저들에게 우리가 진 빚을 갚는 삶을 살아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헌신적인 이분들의 봉사정신은 길이 보존되고 알려져야 한다. 그분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 이 세상에서 칭찬이나 격려를 받기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내어주면서 사역 지역이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하기를 바라면서 일하는 것이다.
그들은 왜 봉사를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며 그 일을 하는 것일까. 오스 기니스가 쓴 ‘소명’이라는 책을 보면 소명은 부르는 이가 있고 그 부름에 응답하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들은 아프리카로 떠나는 응답을 한 것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어떤 칭찬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는 그런 분들을 위한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이번에 정해진 이 상을 통해 이태석 신부와 이 씨의 업적을 기릴 뿐 아니라 지금도 많은 오지에서 오직 소명에 따라 헌신하고 있는 이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고 위로해 줄 것을 당부한다.
김동수 연세대 의대 교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