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가전 육성-서비스업 체질개선 시급
중소기업의 경우 당장 관세 폐지 품목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한류 활용 상품을 새로운 수출 모델로 개척하면 미국 수출길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절대 열위에 놓인 농축산 및 서비스업 분야도 경쟁을 통한 선진화의 계기로 삼아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수출 주력 품목, 최상급 경쟁력 갖춰야
자동차와 전기전자제품 등은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가변적이다. 현재 경쟁 우위 품목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첨단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는 자동차는 미국 내수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고급 승용차와 픽업트럭을 중심으로 수출 포인트를 정비해야 한다. 전자제품도 마찬가지.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제품은 미국 제조사들이 뛰어난 원천기술을 보유한 분야가 많기 때문에 미국 중상류층을 겨냥한 융복합형 제품을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중소기업 품목들을 꼽았다. 중국과 동남아 제품의 저가 공세에 밀려 침체된 의류·섬유산업의 경우 최대 32%의 관세가 사라져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무협은 특히 양말, 카 매트, 유아복, 텐트 등의 세부 품목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지목했다. 이 밖에 잠옷, 주방 및 침대 리넨, 남성바지, 장갑 등은 곧바로 FTA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항목으로 꼽았다. 일반 기계(관세 최대 5.6% 폐지), 전기전자(최대 5.0%), 정밀화학(6.5%) 등도 중소기업형 전략 품목으로 대두되고 있다. 세부 품목별로는 필기구, 낚시도구, 현악기, 현금자동입출금기 등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기업 시스템이 다르고 언어장벽도 있기 때문에 현지 에이전트를 활용하거나 해당 분야의 대형 유통망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서비스 선진화 및 농축산 경쟁력 강화
정부의 ‘서비스업 선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진전이 없던 서비스업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제조업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진 서비스업은 당장 경쟁력 강화에 나서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남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 1990년대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줄곧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낮은 대외 개방에 익숙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교육, 문화, 관광, 법률 등의 서비스 분야는 경쟁 체제에 노출되는 만큼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올해 6월 ‘교육, 의료 분야의 산업보호 칸막이를 낮춰 산업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기본 방침을 밝힌 데 따라 조만간 구체적인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연평균 8500억 원가량의 생산 감소가 점쳐지는 농축산 분야는 선진화가 가장 시급한 분야로 꼽힌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정부는 농어촌 지원에 막대한 재정을 썼지만 어려움은 가중되는 현실이다.
○ 한류와 녹색산업으로 미국 시장 공략
비가공 농축산물은 피해가 우려되는 반면 가공식품 분야에서는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용민 무협 FTA 통상실장은 “미국에 있는 한국 교포 300만 명이 시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식 세계화 및 한류 등으로 한국산 가공식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라면, 장류, 김 등의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녹색품목’도 수출에 파란불이 켜졌다. 특히 연료전지와 발광다이오드(LED)는 각각 3.5%와 5.0%의 관세가 즉각 철폐돼 FTA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품목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내년부터 100W 백열등 사용이 금지되는 등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백열등 사용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LED 시장 수요는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2차전지나 리튬이온전지 역시 3.4%의 관세가 즉각 철폐되는 만큼 전략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분야로 꼽히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