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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스페셜]‘코리안 셀러’에 온라인 수출 길 터주다

입력 | 2011-11-25 03:00:00

케이스 스터디: 이베이코리아의 CBT사업 확대




DBR 그래픽

미술학원을 운영했던 조응래 씨는 요즘 학원이 아닌 인터넷으로 ‘출근’한다. 지난해 세계 최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이베이를 통해 3차원(3D) TV용 안경 등 한국 제품을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 씨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이베이를 통해 수출한 상품은 100만 달러어치가 넘는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의 장점을 이용해 기업도 단기간에 하기 어려운 일을 개인이 해낸 것이다.

조 씨처럼 한국 ‘온라인 셀러(판매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좁은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넘어 더 큰 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다. 무대는 세계 200여 개국에서 9700만 명이 1초당 2000달러어치의 상품을 거래하는 이베이다. 2001년 옥션, 2009년 G마켓을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도 최근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수출하는 ‘국가간교역(CBT·Cross Border Trade)’ 사업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보고 ‘코리안 셀러’ 육성에 나섰다. 이베이를 통한 한국의 온라인 수출 규모는 2008년 170억 원에서, 2009년 400억 원, 2010년 1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1500억 원 규모를 내다보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4호(12월 1일자)는 이베이코리아의 CBT 사업 확대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 이베이, ‘코리안 셀러’에 눈을 돌리다


이베이는 옥션을 인수한 이듬해인 2002년 오프라인 유통업체보다 적은 수수료로 다양한 판매자들에게 시장을 열어주는 ‘오픈마켓’ 모델을 한국에 선보였다.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면서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도 급성장했다. 이베이는 올해 8월 옥션과 G마켓을 합병하고 이베이코리아를 설립했다.

인수합병을 통한 한국 시장 진출을 일단락 지은 이베이는 한국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터넷 셀러를 ‘온라인 수출역군’으로 키워내는 CBT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시장의 한계에 직면한 ‘온라인 셀러’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이베이에서 상품을 판매한다면 한국시장에서 검증된 양질의 셀러를 확보해 거래량과 수익을 늘릴 수도 있었다. 중국, 홍콩에서 현지 셀러를 육성한 경험도 있었다.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이사는 “한국엔 30만∼40만 명의 온라인 셀러와 성숙한 인터넷 상거래 문화가 있었다”며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한류 열풍까지 불면서 한국산 상품에 대한 해외 시장의 관심도 높아 CBT 사업의 기회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 ‘온라인 수출’의 높은 문턱


문제는 온라인 수출에 대한 기술적 심리적 장벽. 현재 이베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한국인 셀러’는 7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의 인터넷 상거래 인프라와 제조업 경쟁력을 본다면 많지 않은 수다. 한 해 100만 달러 이상의 상품을 판매하는 ‘큰손 셀러’는 10여 명인데 중국은 60여 명, 홍콩은 90여 명에 이른다. 이베이는 한국 온라인 셀러의 해외시장 진출 장벽을 낮추면 성장 기회가 크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온라인 셀러들은 해외시장 정보가 부족했다. 어느 시장에 무엇을 팔아야 성공할지를 아는 게 어려웠다.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의 호주에 한국의 이월상품이나 재고를 판매하는 게 고작이었다. 관세 등 수출 관련 실무 지식과 언어의 장벽도 컸다. 영어에 능통한 필리핀인을 고용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는 아주 드문 일이었다. 한국 셀러들에게 익숙한 오픈마켓인 옥션 및 G마켓과 이베이 거래 시스템의 차이도 컸다. 이베이에서는 대부분의 거래 프로세스가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진행된다. 정부나 기업도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이베이식의 ‘온라인 수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기업간거래(B2B) 방식의 대규모 온라인 수출을 선호했다.

○ 잠자는 온라인 수출역군 발굴


이베이코리아는 ‘한국 셀러’를 확대하기 위해 2010년 CBT 전담팀을 만들었다. 셀러를 확대하려면 잠재 고객을 찾아내고, 옥션과 G마켓에서 단련된 셀러를 이베이로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또 제조회사나 유통회사 등 해외시장 판매 역량을 갖춘 기업 셀러도 필요했다.

이베이는 대학생 등 잠재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2010년 총 2000만 원의 상금을 내걸고 ‘이베이 판매왕 경진대회’를 열었다. 4개월간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모두 650명이 참가해 3만4000개의 제품을 해외시장에 판매했다. 참가자의 27%가 대학생이었다. 이들의 누적 매출액은 120만 달러에 이르렀다. 김용훈 씨(당시 충남대 경영학과 3학년)는 자동차 튜닝 용품으로 2만 달러 이상을 판매해 학생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기업 셀러 확대를 위해 2010년 12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베이 위탁판매’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우수 중소기업 상품의 이베이 사이트 등록, 배송, 판매대행을 해주는 사업이다. 패션, 화장품 분야의 제조회사나 유통회사 대상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이 결과 현대홈쇼핑이 올해 8월부터 이베이를 통해 패션잡화, 모바일 액세서리, 카메라 용품, 화장품, 한류 상품 등 30가지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 ‘한국 셀러’에 날개를 달아라


이베이코리아는 셀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는 내수 시장의 셀러로 눈을 돌렸다. 임지현 이베이코리아 CBT팀 부장은 “온라인 수출 장벽을 낮추기 위한 공식 판매 지원 사이트(www.ebay.co.kr)를 열고 셀러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는 먼저 옥션과 G마켓에서 판매 경험이 있는 셀러를 대상으로 CBT 사업을 알리는 설명회와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잠재 고객과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판매해본 경험자에게 해외 시장 진출 방식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베이 교육에는 현재까지 모두 1만5000명이 참여했다.

이베이는 판매 지원 사이트에 등록 및 거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교육 프로그램과 상품 판매에 필요한 상품 분석 도구도 제공하고 있다. 거래 과정에서 셀러들이 겪는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내에 문제해결센터도 설치했다. 자주 쓰이는 영어 표현이나 시스템 매뉴얼도 한국어로 번역했다. 셀러들이 자체 모임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 서비스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셀러가 이베이의 수익을 창출하는 고객”이라며 “셀러 역량 강화를 위해 개인이 직접 시간과 비용 투자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는 측면, 타인에게 배우는 측면, 직접 일하면서 배우는 측면을 모두 고려한 학습프로세스 설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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