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일반고로 전환할것”… 교과부 “정식 신청하면 수락”정부 “과도기… 현 제도 유지”
내년 신입생 지원자가 1명도 없는 동양고가 24일 자율고에서 일반고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차 추가모집이 끝나는 내년 1월 동양고가 자율고 취소 신청을 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전국 51개 자율고 중 일반고로 돌아가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전 동양고 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생이 오지 않는 학교를 운영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일반고로 전환해야 할 것 같다”면서 “이번 실패로 많이 배웠지만 정부가 자율고에 학생 선발권을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입생 모집에서도 대량 미달해 자율고 지정 취소까지 검토했다가 올해 처음 ‘워크아웃’을 신청한 용문고도 1, 2차 추가모집을 통해 정원의 60%를 채우지 못하면 자율고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
이처럼 미달에 지정 취소마저 거론되는 자율고가 늘면서 자율고 정책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율권은 없는데 등록금은 3배 비싸고 수만 늘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미달된 학교들은 서울 강서 구로 동대문 성북 영등포구 등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에 있다. 동대문구와 종로구에는 자율고가 2곳씩 있다. 두 자치구 사이에 있는 성북구에도 자율고가 1곳 있다. 지역의 경제, 교육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너무 많이 지정한 것이다. A고 관계자는 “높은 등록금을 감당할 지역이 아닌데 자율고가 너무 많으니 홍보 경쟁까지 벌어진다”고 했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미달 학교는 19곳이나 된다. 이 전형의 30%만 다자녀가정 자녀를 뽑을 수 있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은 합격하기 어려워 지원자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의 자율고 3곳은 정원을 채웠다. 하지만 휘문고 1.88 대 1, 현대고 1.26 대 1, 중동고 1.68 대 1 등 경쟁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서초구의 세화고(1.66 대 1)와 세화여고(1.68 대 1)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강남구 B고 관계자는 “내신 50% 이내 학생들을 추첨해서 뽑으니 잘못하면 오히려 더 공부 못하는 애들이 모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학부모가 있다. 선발권이 없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자율고가 수월성 교육을 원하는 수요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지원할 엄두를 내지 못해 미달사태를 빚은 셈이다.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관복 교과부 학교지원국장은 “정원 미달은 자율고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추가모집으로 결원을 해소하고 미충원 학교는 학생정원과 학급 수 감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학생 선발방식도 당분간은 현 제도를 유지할 방침이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비싼 등록금을 내며 자율고에 보내려는 건 명문대에 가기가 유리해서인데 교과부가 자율고를 늘리려고 여건도 안 되는 학교를 지정하다 보니 학부모들이 실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자율고가 학생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고, 선발권 등 자율성이 축소돼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