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판대장’으로 불리는 삼성 오승환은 특급마무리 투수답게 투구 메카닉은 물론 멘탈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해박한 이론과 경험, 철학을 겸비해 투수 분야 최고 지도자로 꼽히는 양상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이번 오프 시즌을 맞아 스포츠동아에 ‘양상문의 투수탐구’를 연재합니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본지에 ‘투수학 개론’을 연재해 투수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함께 실전에 필요한 기술을 설명했던 양 전 감독은 이번에는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각 팀 간판 투수들을 자신만의 눈으로 평가·분석하는 ‘양상문의 투수탐구’를 게재합니다.
1. 삼성 마무리 오승환
심플하지만 강렬한 투구폼서 뿌리는 패스트볼
강한 허리·하체가 받쳐줘야만 위력 발휘
손가락 짧아 변화구는 애로…직구 전략적 집중
완벽 퀵모션에 위기를 즐기는 강심장까지
끝판대장 신화는 계속된다!
삼성 오승환은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이다. 역대 마무리 투수 중 누가 가장 뛰어난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겠지만 최근 오승환의 아성을 넘을 선수는 없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오승환에 필적할 선수는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2009년과 2010년 부상과 수술의 어려운 시간을 보낸 후 올시즌 보여준 활약은 정말로 경이로운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대선수를 분석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알고는 있지만 커가는 아마추어 선수들과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에게 그리고 야구팬들에게 좀 더 정확한 내용을 전달해 보기로 한다.
● 오승환의 투구 메카닉
● 구종개발(?)
오승환이 던지는 직구는 돌직구라 불린다. 물리학적으로 처음보다 타자를 지나갈 때의 스피드가 더 빨라질 수는 없다고 하지만 타석에서 그리고 경기장에서는 타자를 지나갈 때 공의 위력이 배가되는 듯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투수의 가장 위력적인 구종은 역시 ‘패스트볼’ 타자가 투수의 구종 중 가장 공략하기 힘든 것도 역시 ‘패스트볼’이란 사실은 거의 모든 야구선수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특히 1이닝만을 던지는 그리고 한 타석 밖에는 상대할 수 없는 마무리 투수의 위력적인 빠른 볼은 가장 큰 주무기가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오승환에게 끝판대장이란 별명이 만들어진 이유이다. 오승환을 아끼고 있는 류중일 감독은 떨어지는 변화구가 한 개만 있으면 하는 욕심을 내고 있다. 이런 생각은 과거 선동열 감독도 오승환에게 주문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안타깝게도 손가락의 길이가 짧다. 신체적 구조가 이런 것이다. 다행히 슬라이더나 컷패스트볼 같은 구종을 선택하여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직구, 즉 패스트볼만 투구할 때는 파울볼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 류중일 감독 입장에서는 보기가 안쓰러웠을 것이다. 2-0, 2-1 때 빠른 변화구 한 개만 던지면 타자가 분명히 속을 것 같은데 빠른 공 승부는 힘이 들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직구+컷패스트볼 단 두 가지 구종으로 MLB 타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굳이 오승환이 새로운 구종을 개발하려 하기보다는 정말 단 두 가지 구종으로 지금 갖고 있는 장점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스포츠동아DB
● 견제능력 & 수비능력
올시즌 오승환이 등판할 때는 항상 긴박한 상황이었다. 3점 리드 세이브는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1점 승부에서의 상대팀은 보내기 번트나 도루로 1루주자를 2루에 보내는 것이 득점을 하기 이전의 목표였다.
1점 승부 때 삼성 안지만, 오승환의 역할인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할 때 1루 주자의 2루 도루를 막기 위한 마운드에서의 긴장감은 엄청나다. 주자의 스타트를 막기 위한 투수의 퀵모션은 평소 훈련량이 많지 않으면 실전에서 스피드도 떨어지지 않게 그리고 제구력도 흔들리지 않게 던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오승환은 이런 상황에서도 본인이 던질 수 있는 일정한 구속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제구력도 흔들리지 않았고 1루 주자에 쉽게 2루 도루를 허용하지 않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 정신력, 심리적인 멘탈의 느낌
투수는 그라운드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으면 경기가 시작되지 않는다. 투수의 움직임을 동료 선수, 상대 선수, 양쪽의 벤치, 그리고 3만 관중과 TV 카메라가 동시에 주시하고 주목하고 있다. 혹시 원정경기 중 상대 팬들의 함성 소리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며 매번 등판 때마다 완벽한 자기 투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강한 심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의 마음은 말하지 않으면 외부에서는 절대 알 수 없다. 그러나 돌부처란 별명은 정말 오승환에게 딱 맞는 표현이다. 어떤 힘든 상황도 끄떡없다는 듯 흔들리지 않는 거목의 모습. 가르쳐줄 수도 없고, 배울 수도 없는, 부모가 준, 하늘이 준 배짱을 보유하고 있는 투수다. 그 상황에 기분은 어떻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그냥 보이는 대로의 모습. 냉철하고 부드럽고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 그냥 그것으로 족하지 않는가.
● 롱런하길 바라면서
■ 류중일 감독 “오승환, 자기관리 완벽…단점이 없다”
류중일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올시즌 감독이 되어서도 정말 가까이서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얘기는 성실하다, 알아서 한다, 그리고 팀에 가장 큰 역할을 해준다. 단점은 없다고 단언했다. 감독으로서 우승까지 한 올시즌 오승환의 공헌도 때문에 하는 칭찬은 아닐 것이다. 투수들의 훈련 내용은 정말 지루하다. 인내하지 않으면 짜증이 날 정도로 매일 반복되는 훈련이 많다. 알아서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선수들 특히 투수들은 느낄 것이다. 이렇게 성실하게 알아서 하지 않았다면 부상과 수술 뒤 올해를 최고의 해로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2009년 제2회 WBC 대회 준비로 대표팀이 모였을 때도 오승환은 똑같은 생각을 갖도록 해주었다. 물론 대표팀에 합류한 거의 모든 선수들이 스스로의 컨디션을 만들 수 있는 노하우가 분명히 있고 또 그런 훈련을 스스로 하고는 있지만 그 중 오승환과 몇몇 선수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