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23일 실시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파(無黨派)가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2.3%를 차지했다. 무당파는 전국적으로 골고루 포진해 있고, 호남권에서도 무당파 비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앞섰다. 절반이 넘는 무당파 비율은 기성 정당에 등 돌린 민심을 반영하며 앞으로 정치권 지각변동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현 체제에 안주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과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민심은 더 멀어지고 정당의 존립 근거마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처리한 지금 정책과 당 쇄신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각 정파의 기득권을 그대로 남겨둔 채 적당히 화장만 고치는 식이라면 희망이 없다. 당 지도부는 29일로 예정된 쇄신 연찬회에서 당의 혁신적 개편을 위한 끝장 토론을 벌여야 한다. 쇄신 노력이 미흡해 국민의 외면을 받는다면 정권 재창출의 미래가 어둡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체결한 한미 FTA에 대해 스스로 비준 무효 투쟁을 벌이는 것은 자기모순의 극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일본 문화개방이나 한-칠레 FTA도 당시에는 거센 반대에 부닥쳤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수구(守舊)적 쇄국주의로는 당의 활로를 찾기 어렵다. 무조건 반(反)한나라당 깃발 아래 모여 야권통합만 성사시키면 집권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은 국민을 얕잡아 보는 일이다.
1997년과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한때 일었던 이인제, 문국현 바람은 오래가지 않아 제3신당의 한계를 드러냈다. 양당 구도 속에서 제3신당이 약진하더라도 집권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에서도 랠프 네이더와 로스 페로 같은 제3후보가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집권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기존 정당의 쇄신과 변화가 국민 기대에 미흡하면 제3신당의 바람이 대선 때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 제3신당이 무당파는 물론이고 기성 정당에 실망한 지지층까지 흡수한다면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제3신당의 성패(成敗)는 역설적으로 기성 정당의 쇄신 노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