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압경수로 원자력발전소는 농축공장에서 우라늄235 함유율을 3∼5%로 농축한 저농축우라늄 핵연료를 사용한다. 이 시설을 그대로 이용해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도 만들 수 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습식재처리 공정을 거쳐 플루토늄과 잔존 우라늄을 분리할 수 있다. 분리된 플루토늄을 우라늄과 섞으면 혼합산화물핵연료(MOX)로 재활용할 수 있고, 핵무기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우라늄 농축 기술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은 핵연료뿐 아니라 핵무기 원료 생산에도 쓰일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농축기술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이 테러집단이나 제3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걱정한다. 북한 핵문제와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새로운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습식재처리 공정과 달리 플루토늄 추출이 어려워 핵무기 확산을 막는 데 유리하고, 우라늄 자원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 고속로에서 플루토늄과 초우라늄 등 고방사성 독성물질을 태우게 돼 사용후핵연료 처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은 2014년 3월에 만료되며 현재 차기 협정에 대해 교섭 중이다. 양국은 향후 10년간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에 대한 공동연구를 하기로 합의하고,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평가한 후 한국에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자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가 가능한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한다.
윤종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