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의 매력? 순수하고 지적인 여자"●'사물의 비밀' 연기자 정석원의 재발견●"힘든 건 뒤태 전라 노출…女스태프 몰려 민망"
순수한 매력을 가진 배우 정석원.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ohhoony@donga.com
"남자 여자가 '사물의 비밀'을 보러 가면 묘할 걸요. 남자는 '내 여자가 이런 생각을?' 할 테고, 여자는 '맞아, 맞아'하면서 키득키득 할 테고."
영화 '사물의 비밀'(17일 개봉)은 '백지영의 남자' 정석원(26)을 '배우 정석원'으로 다시 보게 한 작품이다.
그는 영화에서 40대 여교수 이혜정(장서희)에게 빠져드는 21살의 제자 이우상 역을 맡았다. 낮에는 순수한 대학생인 우상은 밤에는 호스트 바 종업원으로 나온다. 짙은 화장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혜정과 우상이 품은 은밀한 욕망은 '사물'인 복사기(목소리 이필모), 디지털 카메라(목소리 심이영)가 대변한다.
촬영 전 이영미 감독은 엄친아와 옴파탈 이미지를 모두 갖춘 신인 배우를 찾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석원의 눈빛에서 이중성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석 달 동안 발걸음부터 목소리, 성격까지 우상을 만들어냈다.
평단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지난 6월 '사물의 비밀'이 모스크바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현지 언론은 정석원을 가리켜 '아시아의 키아누 리브스'라고 칭찬했다.
▶사과 껍질 예쁘게 깎는 다소곳한 정석원
정석원은 17살에 정두홍 무술감독을 만난 후 열병처럼 무술 감독을 꿈꿨다. 대학에서 경호무도학을 전공하고 해병대 제대 후 액션스쿨에 들어가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다가 연기자가 됐다.
드라마 '인연 만들기', '닥터 챔프', '마이더스'에 출연했으며, 영화 '짐승'에서 주인공을 맡아 열연하기도 했다. 유도 선수, 보디가드 등 주로 '짐승남'을 연기했다.
그런 정석원이 멜로 영화 '사물의 비밀'에서 사과 껍질을 예쁘게 깎는 섬세한 남자로 변신한 것이다.
"마흔 전후 여성들의 성적 욕망, 판타지를 구현한 영화예요. 영화 대사 중에 '내가 벌써 마흔이라니,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데'라는 게 있어요. 어려운 영화는 아닙니다. 이우상을 대변하는 사물이 디지털 카메라로 나오는데, 우상은 추억은 잠깐 보고 삭제하고 보고 삭제하는 그런 사람이거든요."
정석원은 “아직도 사진 찍는 일이 어색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ohhoony@donga.com
그는 처음 우상이라는 배역이 몸에 맞지 않아 불편했다고 고백했다. 남중, 남고, 체대, 해병대, 액션 스쿨을 거치면서 성격이 딱딱해졌기 때문이라고. 상대역 장서희를 대할 때도 군대 선임 대하듯 깍듯하게 '모셨다'.
"슛 들어가기 전 3개월 동안 머리색 말투 의상 걸음걸이 세심하게 캐릭터를 하나하나 만들어갔죠. 남자가 매니큐어 칠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돼 힘들었어요. 일본 호스트 바 중엔 더러 그런 곳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 호스트 바 취재를 해봤지만, 영화와는 달랐어요. 그래도 감독님 주문이니 따랐죠."
'닥터 챔프'와 병행했기에 아쉬움도 남았다. 그는 스물 한 살의 어린 몸이 아니었다며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닥터 챔프'에서 유도선수라서 몸을 굉장히 키웠어요. 스물한 살 어린 몸을 만들어야 하는데 동시에 해야 하니 어려웠습니다. 중간에 '닥터 챔프'에서 하반신 마비가 돼 운동을 안 하는 바람에 더 덩치가 커졌어요."
그는 촬영 중 "가장 힘든 건 뒤태 전라 노출"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에라 모르겠다'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민망함과 싸워 이겼다고.
"첫 노출인데, 여자들 사이에서 하려니…. 뒤에 이영미 감독, 장서희 선배님이 있고, 그날따라 여자 스태프들은 왜 그렇게 많이 모였는지."
▶백지영 '정석원의 여자'로 만들래…'계약 연애설' 아냐!
'사물의 비밀'에서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정석원은 실제 9살 연상 톱 가수 백지영의 연인으로 유명하다.
"사귄지 얼마 안돼 언론에 발각되는 바람에, 공개 연애가 됐죠. 연애의 좋은 점이요? 말투도 군대식 '다나까'체를 고수할 정도로 딱딱했던 제 성격이 연애하면서 많이 부드러워졌죠. 지영 씨와 나이 차이는 안 느껴져요. 서로 코드가 잘 맞아요."
여자친구 얘기를 할 때는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지난달 백지영은 트위터에 커플링을 공개했다.
"지영 씨가 '사물의 비밀' 시사회 때 참석했어요. 제가 '키스 신 나왔는데, 안 열 받아?'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아니, 이우상으로 보여서 괜찮아'라고 했어요. 고맙죠. 지영 씨는 순수하면서도 지적인 면도 있는 여자입니다."
'백지영의 남자'라는 별명이 싫진 않을까. 신인인 정석원이 대스타 백지영을 이용해 인지도를 얻으려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른바 '계약 연애설'이 그것이다.
"헤어진 다음에 그런 수식어가 붙었다면 난처하겠지만, 지금 제가 '백지영의 남자'가 맞으니 상관없습니다. 앞으로 제가 더 잘해서 지영 씨를 '정석원의 여자'로 만들어야죠. 계약 연애설은… 어휴, 저도 남자인데 치사하게 그런 짓 안 하죠!"
정석원은 “악역까지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ohhoony@donga.com
▶영화 '비상'으로 비와 소중한 인연 맺어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한 그는 최근 인기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에 투입됐다.
여주인공 백자은(유이)을 좋아하는 영화사 사장 김제하로 나와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20일에는 황태희(주원)의 생모가 제하의 의붓어머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시청률 30%를 기록했다.
"작가님이 주원 씨와 유이 씨와 사이에서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고민하다가, 저를 골랐대요. 가족들이 무척 좋아했어요. 즐겨보던 드라마인데 제가 나온다니까요."
전투기 조종사의 우정을 그린 영화 '비상: 태양 가까이'의 내년 개봉도 앞두고 있다. 톱스타 비(정지훈)와 찍은 영화다. 그 사이 비와 '형님, 동생'하게 된 그는 10월 비의 입대일 경기도 의정부시까지 따라가 의리를 지켰다.
"지훈 형이 제 영화 '짐승' 시사회 장에 와 주셨는걸요. 그 작은 영화에 비가 오다니…. 지훈 형에게 껌 하나 넣어 편지 보냈어요. 군에선 그런 작은 일에도 행복해 하니까요."
그는 앞으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을까. 스턴트 맨 출신으로 제대로 된 액션이 가능하기에 '300'이나 '신들의 전쟁' 같은 영화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300' 같은 역할도 들어오면 자신 있어요. 예전에는 몸짱 류의 작품만 섭외가 들어왔지만 '사물의 비밀' 덕분에 작품 선택의 계기가 더 넓어졌어요. 앞으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배우 정석원을 하나하나 조금씩 만들어 가고 싶어요."
'백지영의 남자'가 아닌, 연기 잘하는 20대 '군필' 배우 정석원의 '비상'이 기다려진다.
글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사진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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