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날수록 오염 확산… 눈에 안보여도 악취 진동
매몰지 가스배출관 점검 25일 오후 경북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 야산에 있는 구제역 매몰지에서 담당 공무원이 가스배출관을 살펴보고 있다. 영천=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침출수 공포는 현재진행형
충남지역 역시 천안 5곳, 당진 4곳 등 매몰지 11곳에서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됐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 파동이 시작된 지 만 1년이 됐지만 침출수로 인한 ‘2차 환경오염’ 우려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환경부가 올해 3분기(7∼9월) 전국 가축 매몰지 4799곳 중 대규모 매몰지 등 조사 대상으로 삼은 300곳의 관측정을 분석한 결과 84곳(28.0%)에서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가축 매몰지 100곳 중 2개꼴로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는 것이다. 더구나 침출수 유출 위험 매몰지는 1분기 26곳에서 2분기 78곳, 3분기 84곳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침출수 유출은 눈으로 관찰되지 않고 점진적으로 진행돼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충남도 관계자는 “현장에 가도 외견상으로는 침출수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도 “매몰지 주변 침출수가 보일 때만 제거하는 수준에 그쳐 우리도 답답하다”고 밝혔다.
○ 허술한 매몰지 모니터링
정부가 9월 전국 구제역 가축 매몰지 주변 300m 이내에서 이용 중인 지하수 관정 7917곳을 분석한 결과 31.8%인 2519곳이 수질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출수 유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침출수 오염을 최소화하려면 각 매몰지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고 환경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매몰지 반경 5m 안에 관측정을 뚫어 정기적으로 토양·지하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전국 매몰지 4795곳 중 1500여 곳에만 관측정이 설치됐을 뿐이다. 3분의 2 이상은 침출수 오염 여부를 알 수 없다. 고경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연구실장은 “매몰지마다 최소 한 개의 관측정을 뚫어 관찰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후 침출수가 새는 게 보이면 바로 뽑아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매몰 외에 소각이나 고압스팀으로 멸균 처리하는 ‘렌더링(rendering)’, 전용 저장고 설치 등 다른 처분 방법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현실화된 내용은 없다.
영천=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