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금성사 낡은 에어컨이 자꾸 눈에 밟혀서…”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을밀대 주인 김영길 씨(48)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여름 평소 애용하는 허름한 방에서 냉면을 들고 있다가 옛 금성사에서 만든 창문형 구형 에어컨이 설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 회장은 함께 온 임원에게 “기왕이면 손님들이 산뜻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이 방뿐만 아니라 다른 에어컨도 모두 신형 에어컨으로 바꿔 드리도록 하라”고 즉석에서 지시했다.
구 회장은 평소 소탈한 스타일대로 계열사 사장이나 임직원 7, 8명과 함께 슬그머니 찾아와 냉면을 들고 가기 때문에 웬만한 손님들은 구 회장을 거의 알아보지도 못한다고. 음식점 측도 구 회장의 이런 성품을 존중해 특별대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구 회장이 그런 지시를 한 줄도 몰랐다.
이후 LG 실무진은 손님이 없는 시간 등을 이용해 이 음식점의 벽걸이형 구형 에어컨 등 20여 개를 모두 신형으로 교체했다. 음식점 측은 “교체 비용이 상당할 텐데 소리 소문 없이 후의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항상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게 구 회장님의 후의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