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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 단골 냉면집 에어컨 20대 바꿔줘

입력 | 2011-11-26 03:00:00

“옛 금성사 낡은 에어컨이 자꾸 눈에 밟혀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이 평소 즐겨 다니는 냉면집의 구형 에어컨 20여 대를 신형으로 교체해 준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을밀대 주인 김영길 씨(48)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여름 평소 애용하는 허름한 방에서 냉면을 들고 있다가 옛 금성사에서 만든 창문형 구형 에어컨이 설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 회장은 함께 온 임원에게 “기왕이면 손님들이 산뜻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이 방뿐만 아니라 다른 에어컨도 모두 신형 에어컨으로 바꿔 드리도록 하라”고 즉석에서 지시했다.

구 회장은 평소 소탈한 스타일대로 계열사 사장이나 임직원 7, 8명과 함께 슬그머니 찾아와 냉면을 들고 가기 때문에 웬만한 손님들은 구 회장을 거의 알아보지도 못한다고. 음식점 측도 구 회장의 이런 성품을 존중해 특별대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구 회장이 그런 지시를 한 줄도 몰랐다.

며칠 뒤 LG 실무진이 에어컨을 교체하러 왔을 때 김 씨는 크게 신세질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구 회장이 식사를 했던 방의 에어컨만 갈아 달라고 했다. 김 씨는 얼마 뒤 다시 찾아온 구 회장에게 “덕분에 에어컨을 새것으로 바꾸게 됐다”며 비로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구 회장은 “이 집 에어컨을 모두 새것으로 교체하라고 했는데 왜 한 개만 갈아 달라고 했느냐”면서 다시 모든 에어컨을 바꿔주도록 지시했다.

이후 LG 실무진은 손님이 없는 시간 등을 이용해 이 음식점의 벽걸이형 구형 에어컨 등 20여 개를 모두 신형으로 교체했다. 음식점 측은 “교체 비용이 상당할 텐데 소리 소문 없이 후의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항상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게 구 회장님의 후의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