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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귀한 日왕실에 女王탄생 門 열리나

입력 | 2011-11-26 03:00:00

日 ‘왕족여성 결혼 후에도 왕족신분 유지’ 추진




남자가 귀한 일본 왕실의 사정을 감안해 여성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지난달 초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에게 “왕족 여성이 결혼한 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성 미야케(宮家·왕족)’ 창설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왕실의 제반 사항을 규정한 왕실전범의 제1조는 ‘왕위는 왕통에 속하는 남계(男系)의 남자가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왕실전범 12조에 따르면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하면 왕족 신분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미야케 창설을 검토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여성에게도 왕위 계승의 문호를 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궁내청이 총리에게 이를 긴급 안건으로 직접 제안했다는 것은 사실상 일왕의 뜻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일본 왕실은 남자가 귀하다. 현재 왕실은 일왕과 왕족 22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왕족 가운데 남자는 7명, 여자는 15명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30세 미만 젊은 왕족은 9명이며, 이 중 여자가 8명으로 압도적이다. 여자들은 결혼을 하는 즉시 왕족에서 이탈하므로 왕족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왕의 손자 세대 중에서 왕위계승권을 가진 남자는 일왕 차남(45)의 아들인 5세 히사히토(悠仁) 왕손 1명뿐이어서 왕실의 위기의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앞서 2000년대 초중반에도 일본 왕실과 정부는 왕위계승 문제로 전전긍긍한 전례가 있다. 일왕의 장남인 나루히토(德仁·51) 왕세자는 외교관 출신인 마사코(雅子·47) 여사와 결혼 8년 만인 2001년 딸을 낳은 뒤 둘째를 낳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차남(45)에게도 딸만 두 명이어서 일왕의 손자 세대엔 왕위를 계승할 남자가 한 명도 없었다. 다급해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내각이 여왕을 용인하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었고, 정치권에는 왕실전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는 기운이 무르익었다. 하지만 2006년 9월 일왕의 차남이 아들을 낳아 왕위 계승자가 생기자 이 논의는 수면 밑으로 들어갔다. 당시 ‘아들 탄생’은 일본 왕실에서 41년 만에 듣는 남자아이 울음소리였다.

하지만 왕위 계승자가 생겼다고 해도 불안이 가시지는 않았다. 현재 5세인 일왕의 손자에게 왕위 계승에 대한 부담이 지나치게 집중된 데다, 왕족 수의 감소는 왕실 활동의 전반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NHK 방송이 2009년 1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왕위 계승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7%였다. 영국 정부도 최근 남성이 우선시되는 왕위계승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영국은 남녀평등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데 반해 일본에선 왕위 계승권을 가진 남자 왕족이 줄어드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