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파리지앵’도 전자책에 접속할까
미국 최대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지난 5월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을 추월했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전자책의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 영국은 책 판매량이 지난 2001년에서 2010년 사이 42%나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장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조너선 프랜즌의 ‘자유’(Freedom)는 종이책이 100만 부 이상 팔렸고 전자책 내려받기 횟수도 30만 건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전자출판 시장은 2015년까지 연평균 20∼27%의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세대가 주요 독자층으로 자리 잡는 5년 뒤에는 전자책이 서적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초고속열차나 비행기를 타도 태블릿으로 책을 읽는 사람을 발견하기 어렵다. 스트라스부르의 클레베 서점은 전자책의 판매 비중이 0.0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매장에 전자책 다운로드 장치를 설치했지만 1년 동안 이용객은 단 한 명이었다. 지난 한 해 전자책 판매량은 하루 평균 두세 권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프랑스 출판사의 매출액에서 전자책의 비중은 1%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 이처럼 전자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높은 부가가치세다. 프랑스는 전자책에 19.6%라는 많은 부가세를 부과한다. 미국 영국과 달리 태블릿 시장이 태동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도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문학과 예술 장르에서 유독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프랑스인의 습관도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프랑스도 종이책 시장이 빠르게 축소돼 5∼10년 뒤엔 최대 50%까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등 전자책 기기들이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책 단말기나 태블릿의 가격이 저렴한 것도 기대 요인의 하나다. 아마존의 킨들파이어는 148유로, 반스앤드노블의 누크 태블릿은 180유로 정도에 팔리지만 프랑스에는 이보다 싼 태블릿과 전자책 단말기가 다양하게 나와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